기업집단 49곳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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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되는 기업 집단(자산 2조원 이상)에서 현대정유가 제외되고, 대우자동차.삼보컴퓨터.문화방송 등 7곳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전체 기업집단 수는 지난해 43개에서 올해 49개로 늘게 됐다. 이 가운데 출자총액제한 규제까지 받게 되는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현대정유와 수자원공사가 빠지면서 지난해 19개에서 올해는 17개로 줄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출자.채무보증 등에 관한 규제를 받을 기업집단을 확정해 1일 발표했다. 이들 기업집단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수익이 늘어나는 등 경영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산규모와 계열사 수가 늘어 덩치가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순위=전체 1위는 한국전력공사가 차지했고, 삼성.LG.SK.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상위권 민간기업의 순위는 변함이 없었다.

삼성의 자산은 11조1천억원 늘어난 83조5천억원으로 4조1천억원이 늘어난 LG(58조6천억원)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미도파를 인수한 롯데(9위)가 포스코(10위)와 자리를 바꿔 앉았다.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도 16위에서 13위로 뛰어올랐고,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신세계가 31위에서 22위로 9계단 상승했다. 현대.금호 등은 2~3계단 내려 앉았다. 문화방송은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기업집단에 지정됐다.

49개 기업집단의 총자산은 6백52조3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7%, 이 중 출자총액 제한 대상인 17개 기업집단의 총자산은 5백7조8천억원으로 2%가 각각 증가했다.

◆부채 줄면서 계열사는 늘어=지난해 경기가 좋았던 덕분에 기업집단의 부채는 줄었다.

출자총액 제한 대상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1백22.8%로 지난해보다 2.3%포인트 줄었다. 상호출자 금지 대상 기업집단의 부채비율도 1백16.4%로 5.9%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부채비율 1백% 미만 기업의 출자총액제한 졸업제가 유지될 경우 삼성.한전.한국도로공사가 조만간 졸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예상했다.

순이익이 늘었지만 덩치 큰 그룹으로의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상위 6개 기업의 순이익이 17개 출자총액제한집단 순익 28조원의 85%를 차지했다. 49개 기업집단의 전체 계열사 수는 7백4곳에서 8백41곳으로 늘었다. 그룹별 평균 계열사 수도 16.3개에서 17.1개로 늘었다.

규제 대상 기업집단에 새로 편입된 계열사 가운데에는 영화.방송 관련 산업이 많았고, 계열에서 제외된 기업 중에는 정보통신 관련 업체가 많았다.

◆규제 강화 논란=기업집단의 변화 중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향후 제도 개선을 둘러싼 입장이 엇갈린다.

시민단체 등은 상위 기업들이 전체 순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계열사가 늘어난 것에 초점을 맞춰 규제의 필요성이 증대했다고 본다. 그러나 재계는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등 경영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이동규 독점국장은 "경영 상태가 좋아지긴 했지만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의 목적은 소유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기 때문에 규제의 필요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달 말까지 각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파악한 뒤 민.관 태스크포스를 통해 출자총액제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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