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원인도 다양한 요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둔중한 통증이 허리를 발작적으로 엄습할 때 사람들은 구체적인 원인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제 도리없이 나도 늙어가는 것일까』라고 탄식할 뿐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건대 요병이 반드시 인간의 숙명은 아니다.
김영조 박사(고려병원 정형욋과과장)의 임상경험에 따르면 구체적인 원인질환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자세가 나쁘거나 허리근육의 경화로 피로해서 허리가 아픈 경우가 더 많다.
학자에 따라서는 격심한 스트레스를 결정적인 요통의 유인으로 꼽는다. 직종별로 볼때도 데스크·워크를 하는 사무직에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김 박사의 말이다.
그러나 40대 이후 사람들의 경우는 허리디스크·헤르니아나 변형성 척추증이 요통의 중요한 원인질환으로 지적된다.
요통환자의 16·5%는 변형성 척추증, 16·2%는 허리디스크 때문이라는 통계가 있다고 김 박사는 소개한다.
때로는 단순한 타박상이, 때로는 발견되지 않은 소화기계 질환 때문에 허리가 아프기도 한다. 전립선염을 비롯한 방광염 같은 비뇨기관 질환이라든지 부인과 질환이 요통의 중요한 원인일 때도 있다.
이밖에 비타민 결핍, 자가중독, 혈액순환장애, 신경조직의 만성영양불량상태, 알레르기 체질, 자율신경 실조 등 요통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따라서 허리가 아플 때는 막연하게 약을 복용하거나 침술에 의존하는 것보다 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먼저 받아야 할 것이라고 김 박사는 강조한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규명돼야 적절한 치료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리의 발작적인 통증이 엉덩이·허벅지·다리로 뻗치는 방사병이 나타난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의사의 정밀진찰을 받아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디스크 수술을 받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김 박사는 주의를 환기시킨다. 김 박사의 임상통계에 따르면 허리디스크·헤르니아는 제4요추와 제5요추 사이에 가장 많고 다음에는 제5요추와 제1선추 사이에 곧 잘 일어난다. 대개 초기에 수술하면 거의 완치되나 시간이 경과된 것일수록 수술결과가 좋지 않다는 김 박사의 말이다.
흔히 허리가 아프면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있기만 하는데 이는 오히려 해로울 뿐이다. 복근을 수축시키고 배근을 강화시키는 허리운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김 박사는 강조한다. 체조·요가·수영은 모두 요통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신의 과로·수면부족·정서의 동요·스트레스·한랭과 습기·변비·폭음포식·밤샘·무리한 운동 등은 요통을 유발하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라는 김 박사의 말이다. <김영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