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한국대사관 폭파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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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김경철 특파원】주일한국대사관(동경도 항구선대판)에 13일『한국대사관 건물을 폭파하겠다. 죄 없는 여자들은 도망가라』는 내용의 협박전화가 30분 간격으로 네 번이나 걸려와 일본경찰이 출동, 경비에 나서고있다.
이날 첫 번째 협박전화는 상오 11시10분쯤 대사관 대표전화인 452-7611로 걸려와 교환 양 김명자 양이 받았는데 30대 남자 목소리의 일본말로『대사관을 폭파한다. 죄 없는 여자는 모두 도망가라』고 협박했으며 김 양이『농담 말아라』고 하자 전화는 곧 끊겼다.
30분 후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는데 음성은 첫 번째 음성과 달랐으나 내용은 똑같았다. 김 양은 두 번째 전화가 걸려온 후 경비실에 연락하고 담당 과장에게 보고했다.
다시 30분 후 세 번째 전화가 걸려와 다른 목소리로『우리는 김대중 씨를 구출하기 위한 것이다』『김대중 선생 만세』라고 말했는데 전화 속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온 것으로 보아 길가의 공중전화를 이용한 것 같았다. 김 양은『쓸데없는 전화는 끊어라』면서 수화기를 놓아버렸다.
이어 30분 후 네 번째 전화가 걸려와『장난으로 듣지 말라』고 말했는데 대사관 측은 즉시 관할「아사부」경찰서에 신고, 이 경찰서는 약 50명의 기동경찰을 파견, 약 5시간에 걸쳐 대사관 내부에 폭발물이 장치되었는지를 조사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 양은 네 번에 걸쳐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각각 달랐으나 통화내용은 일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경찰은『대사관에 이상이 없다』고 판정하고 있으나 경비를 강화하고 있고 한국영사관이 임시로 들어있는 재일 거류민단 본부도 한국대사관 요청으로 경비하기로 했다.
대사관 측은 전화의 내용이『김대중 씨』운운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일본 좌파세력·구 한청「그룹」또는 조총련 행동대원의 소행이 아닌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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