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젊은이의 고뇌 묘사『4월이 가면』|강렬한 영상 감각과 음향효과『연락부』|포경선의 정경「리얼」하게 포착『고래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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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TBC-TV의 화요「드라머」『부부』의 지난주「프로」『4월이 가면』편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내면 세계의 취약성·고독감·고뇌 등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다룬「드라머」였다. 지금은 비록 실직상태에 있지만 누구 못지 않은 자부심을 가지고 또한 착하고 알뜰한 내연의 아내(안옥희 분)와 더불어 장래에 대한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청년(김종결 분)이 방종한 재벌의 딸(염복순 분)을 만나 그녀의 집요한 유혹을 마음속에서는 저항을 느끼면서도 뿌리치지 못하고 끝내 파멸의 구렁으로 떨어져버리는 모습을「리얼」하게 그렸다.「조지·스티븐즈」감독의 수작『젊은이의 양지』에서 묘사된「아메리카」청년이 빚는 비극이 오늘날 우리들의 의식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자각을 일게 했다. 특히 뚜렷한 주제성을 시청자의 가슴에 강하게 부딪게 한「라스트·신」은 감동적이었다.
KBS-TV의 김동현 작·이진욱 연출의『연락부』(매일 밤 10시)는「오프닝」에서 부타 강렬한 영상과 음향효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실화극장」의 품격을 쇄신하고 있다.
검은 그림자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나선형의 계단을 강한 발짝 소리를 내면서 한발 두발 내려가는「오프닝」은 지옥으로의 계단을 내려가는「이미지」를 상징하는 예리한 영상감각이다.
북괴라면 덮어놓고 허수아비로 묘사하는 따위의 차원을 벗어난「리얼」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우선 호감이 간다.
MBC-TV의『카메라출동』(월·밤8시)은 지난주에『고래사냥』이라는 이색적인「필름·프로」를 방영하여 흥미를 끌었다. 뿌연 수평선에 떠오르기 시작하는 태양을 잡은 화면에서 시작되어「카메라」는 60여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래를 추적하는 모습을 생생히 「필름」에 담았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카메라」가 포경포를 쏘는 광경이나 고된 작업을 하는 선원들의 모습 등이 사실적이긴 했으나 생동감은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잡아 올린 고래 등을「클로즈업」하여 세분된「컷」으로 잡고 그것을「다이내믹」한 생동감이 일도록 편집하여 시청자가 마치 포경선에 함께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끔 하는 영화적「테크닉」을 구사했더라면 한결 좋았을걸 그랬다. <정일몽(영상학·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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