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청소부 아버지 도와 7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구청 청소부로 일하는 아버지를 도와 쓰레기 「리어카」를 끌고 있다.
이들은 서울 관악구청 청소부 강대화씨(52·관악구 봉천7동 738의99)와 2남 재언(17·유한공고1년) 3남 경돈(15·영등포중 3년)군 형제.
강씨가 청소부로 일한 것은 7년 전인 70년부터 고향인 전북 신태인 읍에서 청과물 도산매상을 하다 실패, 상경한 직후였다. 당시 국민학교 6학년이던 2남 재언군은 아버지 강씨가 막일에 서둘러 자주 앓아 눕자 아버지를 도와 청소 「리어카」를 끌기 시작한 것.
재언군은 새벽 3시부터 아버지와 함께 일어나 교대로 「리어카」를 끌고 밀며 아버지 일을 도왔다.
강씨가 맡은 곳은 봉천1동 군인사택 6백 가구. 격일로 3백 가구씩 쓰레기를 치우다 보니 새벽에 시작해도 저녁9시가 넘어서야 일이 끝나는 중노동이었다.
비록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였지만 재언군은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아 야간인 봉천 고등공민학교를 다녀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 유한공고에 입학했다.
3남 경돈군도 형이 낮에 일하고도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데 자극을 받아 역시 아버지를 돕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요일만 두 형제가 나서 일했으나 아버지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편히 쉴 수 있도록 점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고 방학 때는 아주 도맡아 하고 있다.
하루 평균 쓰레기 양은 「리어카」 10대분. 김장철이나 겨울철에는 20대분이 넘는 때도 있으나 3부자는 아무 불평 없이 일하고 있다.
요즈음은 재언군이 학교에 다니느라 3남 경돈군이 더욱 열심이다.
아침에는 돕지 못하지만 1시쯤이면 곧바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이 일과.
물론 일요일에는 아버지를 쉬게하고 형제만 나간다.
그래서 강씨는 1년내 휴식 하루 없는 청소부지만 일요일도 쉬고 또 방학 때는 훨씬 쉽게 일할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쓰레기를 내놓는 아줌마들도 강씨 3부자를 모르는 이가 없다.
그래서 집에 조그만 잔치라도 있으면 반드시 강씨 3부자를 초대, 한턱을 내며 위로해준다.
강씨네 일가족의 꿈은 재언군이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 재언군도 요즈음은 새벽에 학교에 나가 밤 9시까지·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와 또 새벽2시까지는 형제가 함께 공부를 한다.
이들 형제는 어머니 박정숙씨(47)의 일이 많을 때면 빨래를 거들어주면서도 옆에 책을 펴놓고 본만큼 열심으로 성적도 상위권에 든다는 것.
강씨는 재언·경돈군 형제가 공부도 남보다 뒤떨어지지 않지만 청소부 아버지를 돕는 일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정신자세가 더욱 대견스럽다고 했다. <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