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공업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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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시는 인간이 만들고, 전언은 신이 만들었다』고 말한 시인이 있었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그 많은 도시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대학도시」에서 「포도주의 도시」에 이르기까지 성격과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경관도시나 전원도시는 대부분의 경우 모든 개발을 자연중심으로 이루어 놓았다. 도시 속에 자연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 도시가 있다.
어느 나라나 선진국의 경우는 전국토를 백지처럼 펴놓고 그 위에 마치 신문편집을 하듯 「디자인」을 하고 있다. 풍토와 환경과 자원, 그리고 인구밀도 등에 따라 그 백지 위에 도시들을 설계해 가고 있다.
그 설계는 다만 국토의 형편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세계지도 속에서의 상황까지도 생각한다. 가령 독일의 「함부르크」는 독일각지의 공업제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또한 이 도시는 항구로서 세계로 뻗을 수 있는 항로의 기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도시의 개발은 그 도시만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균형과 조화를 잃은 국토의 개발은 모든 분야의 기능을 마비시킬 위험마저 있다. 소외된 지역은 더욱 소외되고, 개발된 지역도 그런 소외현상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최근 우리 나라도 국토의 종합개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국토의 균형 있는 종합개발은 전 국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생산적인 기능을 높여줄 것이다.
문제는 그 「마스터·플랜」의 합리성에 있다. 전시효과를 위한 업적 위주의 관료적 사고방식이나 즉흥적인 발상이 설계의 동기를 이룬다면 그것은 오히려 하나의 괴물을 만드는 작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국토의 개발은 오늘 건설하고 내일이면 허물어 버릴 수도 있는 단간사옥과는 다르다. 그것은 적어도 한 세기를 내다보는 역사적인 설계이어야 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속담도 있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세울 수도 없지만 하루아침에 허물 수는 더구나 없다. 「파리」의 도로는 이미 3세기 전에 건설된 것들이다. 오늘날에도 이들 도로는 별 불변 없이 그대로 이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역대 왕조들은 역사의 먼 지평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30일에 착공된 반월의 새 공업도시도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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