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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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서울에서는 영세민들이 살고있는 고지대나 인구과밀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도심지 주택가마저도 쓰레기통 옆에는 수북히 연탄재가 쌓여 있다.
인구증가와 생활향상 등으로 쓰레기는 늘 수 밖에 없는 데다가 더우기 이른바 「연탄4부제」가 일반화 되고서부터는 쓰레기 배출량이 해마다 30%정도씩 놀랄 만큼 급증하고 있는 형편이다.
「쓰레기공해」없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 서울시 당국은 시급히 쓰레기의 수거·처리를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쓰레기 전쟁」이란 말이 실감나게 들리게 된 지금의 사태는 이웃 일본 동경에서 자기들 구역 내에의 쓰레기 「트럭」통행과 쓰레기 소각장 설치 문제를 둘러싸고 「데모」 사태를 빚는 것을 사례로 삼게 된 예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그것이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긍정적이면서 가장 골치 아픈 난제 중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서울시의 올해 오물(진개 및 분뇨) 처리를 위한 예산은 자그마치 1백4억6천5백42만원이며, 이중 쓰레기 수거비가 51억4천7백30만원이나 되는데 여기에다 또 진개차량 및 시설보강비 6억9천8백50만원, 청소부급여 5억9천3백60만원까지를 합치면 64억3천9백여만원이나 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서울의 실정은 이같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배출량의 증가와 종말처리 방법 및 처분장의 미비와 부족으로 쓰레기 공해가 쉽게 해결될 전망이 없을뿐더러 보다 악화될 것이 예상되는 난처한 사정이다.
서울시민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1일 평균 배출량은 1만2백50t, 따라서 1년 배출량은 약3백71만t에 이르는 막대한 량인데 평균해서 매일 4·5t짜리 「트럭」 약2천3백대가 쓰레기를 실어 나르기 위해 동원되고 청소부 및 운전사 약5천명이 주야로 일하고 있으니 결코 보통 일은 아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질 곤경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으니 문제는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진 쓰레기를 변두리 매립지에 버려왔으므로 경비면이나 작업능률면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구의·청담·방배동·장안평·난지도 매립장도 앞으로 10개월 내지 2년 후면 매립이 끝나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항만 매립장을 찾을 수밖에 없어 원거리에 따른 운송면에서의 어려움과 또 화학 폐기물이 섞였을 경우 순수오염의 우려마저 없는 것이 아니다.
같은 오물처리에 있어서도 지금껏 성산동에서 생분뇨 그대로 한강에 방치했던 분뇨처리 문제는 서부·북부·동부 위생처리장 가동으로 거의 해결되고 있으나 쓰레기 문제는 처분장에 버리는 것 외엔 아직 그 처리방법 및 기술에서 아무런 대책이 서있지 않으니 답답하다.
우리 나라 쓰레기의 내용물은 86%가 연탄재이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처럼 화학처리가 불가능하며, 이 때문에 서울시의 요청으로 쓰레기 처리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내한했던 외국기술「팀」도 손조차 써보지 못한 채 돌아갔다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처럼 소각 처리장을 건설하는 길도 있으나 여기에 수반하는 막대한 경비, 대기오염 및 악취 등의 문제 말고서도 우리의 경우는 연탄재가 대부분이기에 불가능한 것은 뻔하다.
어느 민간인에 의해 분말 처리한 연탄재와 인분을 배합하여 비료를 만들어 성과를 거둔 일이 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의 전문적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연탄재의 자원화 문제는 미해결의 장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쓰레기 문제는 무엇인가 획기적인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 분명하며 우선은 주부들의 고역을 덜어줌과 함께 연탄재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연탄4부제」를 「연탄2부제」로 환원하는 문제도 아울러 고려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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