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수준 구미 못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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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는 한국말을 마음대로 사용할 때마다 큰 기쁨을 느낍니다. 독립운동을 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상해에서 살 때는 집에서밖에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해방 후 귀국해서 한국어가 한민족의 언어임을 감명 깊게 확인했기 때문이지요.』
21일 상오 한국국제문화협회 초청으로 내한한 미국 안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 대학총장 김건혁 박사(48·미국명 「토머스·K·김」)는 누구와도 다시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맥머리」대(「애불린」시 소재) 총장인 김 박사는 평생에 고국에서는 2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부친 김홍숙씨(작고·68년 독립운동 공로로 건국국민장추서)의 가르침으로 항상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70년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우수한 한국 유학생을 만날 때마다 한국의 대학수준이 구미 못지 않음을 알았다고 말한 김 박사는 「맥머리」대에는 음악을 전공하는 여학생 1명밖에는 한국인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텍사스」주의 「댈라스」시와 「휴스턴」시에는 1천여명의 교민이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교포소식을 전했다.
한편 미국 안 대학문제에 대해 사립대학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재정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적은 강의시간과 더 많은 급료, 충분한 연구시간을 계속 요구하지만 대학측은 정반대 입장이기 때문에 어려운 사정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학생들은 학교행정에 참여하길 원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립대학은 재정적인 어려움 대신 최근 급성장 했기 때문에 교수나 학생이 대학에 대한 소속감이 결여돼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지난 10∼20년의 한국 경제발전은 놀랍지만 석유위기이후 국제경제는 난기류 상태라고 말하고 국제무역수지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21일 저녁 정부로부터 부친 김홍현씨의 건국국민장을 수여 받고 서울대·연대·경희대 등을 방문, 「세미나」에도 참석한다. 이번 방한에는 미국인 부인 「마더」 여사과 두 자녀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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