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탈모 『스트레스』가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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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판매되고 있는 약의 종류를 살펴보면 퍽 흥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짓수가 많은 약일수록 그만큼 약효가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발모 촉진제다.
김중환 박사(한양대 약대 피부과 교수)는 남성 약의 경우 이 세상에 발모 촉진제만큼 종류가 많은 약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사실을 뜻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머리털이 빠지는 탈모 현상이 남자에게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고민거리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약들이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것.
시판되고 있는 발모 촉진제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탈모의 원인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장티푸스 같은 열성 질환을 앓거나 매독·나병 등에 전염되면 머리털이 빠진다. 머리에 지루성 습진이 생겨도 탈모증이 나타난다. 몸을 쇠약케 하는 정신성 질환 때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도 머리털이 빠진다.
또 남성「호르몬」인「안드로젠」의 분비가 왕성하면 탈모를 촉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갖가지「스트레스」가 초래하는 탈모다.
김 박사의 임상경험에 따르면 농촌 사람보다 도시인에게 압도적으로 탈모증이 많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 두뇌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유난히 탈모증이 많다는 김 박사의 말이다.
그래서 탈모증은 현대병인 것이다. 김 박사는 예전에는 탈모 현상이 40대 이후에나 문제가 되었는데 요즘에는 30대는 물론 심지어는 20대까지 심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환자의 대부분에서 어떤 병적인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스트레스」가 원인일 거라고 김 박사는 말한다.
따라서 확실히 원인이 발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탈모증의 치료성적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머리털이 하루 1백개까지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 현상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정력적인 사람일수록 머리털은 더 빠진다.
김 박사는 탈모는 차라리 정력적인 남성의「심벌」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머리털이 빠지는데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자체가 오히려 더 해롭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다는 이약 저약 발라봐야 완전 거세하지 않는 한 빠질 머리털은 결국 빠지고 만다고 김 박사는 강조한다.
따라서 탈모를 생리 현상으로 보고「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오락이나「스포츠」로 생활의 여유를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김 박사의 처방이다.
최근에는 머리털 이식술이 발달, 탈모가 크게 문제가 되는 사람에게 비교적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김 박사는 소개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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