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간경변증의 앞잡이 만성간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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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간장병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만성간염.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우리나라는 만성간염의 발생률이 높고 또 치명적인 간경변증의 근원이 대부분 만성간염에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환국 박사(「카톨릭」의대교수·내과학)는 만성간염이 더욱 진행하면 대부분 비가역성인 간경변증으로 이행하여 그 50%는 5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전제, 정확한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만성간염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박사의 임상경험에 따르면 만성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감이다. 이렇다할 원인도 없이 만성적인 피로감이 완고하게 나타난다.
머리가 무겁고 소화가 비교적 잘 안 되는 것도 두드러진 중상이다.
가끔 소변이 붉게 나타난다든지, 코피와 잇몸 출혈이 잦다든지, 피부를 다치면 쉽게 멍이 든다든지, 목 밑에 울긋불긋한 반점이 생기고 손바닥이 붉어진다든지 하는 증상들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이같은 중상이 발견될 때는 지체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필요하다면 혈청검사를 비롯해서 간생검까지 받아야 할 것이라는 정 박사의 말이다.
만성간염은 아직도 그 원인이 규명되어 있지 않다. 단지 많은 경우 A또는 B「바이러스」에 의한다고 생각되어 오고 있다.
정 박사는 이들「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우유·조개·굴 등을 잘못 먹고 간염에 걸리는 예가 흔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끓이지 않은 물이나 조리하지 않은 굴· 조개 따위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벽 산책길에서 마시는 약수가 이따금 간염을 이따금 일으킨다고 정 박사는 일반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혈 후에 초래되는 만성간염도 많다. 수혈 받은 환자 1백명당 0.5∼13차례에서 간염 오염이 발생했다는「리포트」가 있다. 또 수혈 받고 난 뒤 비황달성 간염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임상적으로 뚜렷한 황달성 간염보다 3∼10배 더 크다.
그러므로 수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야 할 것이라고 정 박사는 강조한다.
우리나라처럼 약의 남오용이 심한 나라에서는 공통적으로 약물성 간염도 적지 않다. 항생제·「아스피린」·「아이나」등 간염을 일으키는 약재는 많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한약제에 의한 약물성 간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정박사의 말이다.
일단 만성간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어떠한 약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투여할 것인가, 적용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치료 효과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의사의 철저한 치료와 지시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안정을 취하고 고단백식과 적당한 지방과 탄수화물을 그리고 중분한「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성간염 치료 도중에 기름기를 엄격히 제한했는데 최근에는 소화만 된다면 먹어도 좋은 것으로 되었다는 정박사의 말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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