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외무의「카터」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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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터」미국대통령의 기자회견, 박동진 외무장관과 미 정부 수뇌들과의 연쇄회담, 그리고 최근 미국정부의 조치에서 우리의 깊은 관심을 끄는 것은 4가지가 있다.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론,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 그리고 북한에 대한 여행제한의 해제과 북괴의 대미접촉 제의에 대한 거절회신 등이다.
주한미군과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은「카터」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로 낯설지 않지만 최근의 북괴에 대한 두 가지 조치는 극히 새로운 것으로 주목을 끈다. 「카터」행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도 채 못된 현 싯점에 왜 이렇게 4가지 문제가 동시에 터져 나오게 되었을까.
「카터」행정부에 들어간 몇몇 인사들이 그전에 주장했던 것처럼 혹시 미국이 한국문제를 한국을 용해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안정이란 차원에서 보고 다루려는 조짐이 아닌가 해석하는 논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도 좀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할는지 모르겠다.
미행정부의 진용이 바뀌었으니 그 정책의 내용이나 처리하는「스타일」이 어느 정도 변하리라는 건 예측되던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성급하게 구체화되는 듯한 주한 미지상군 철수 계획과 북괴에 대한 조치는 우리가 불안한 눈초리로「카터」행정부를 보게되는 요인이다. 특히 북괴에 대해 두 가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와 통고적 성격을 넘는 충분한 사전 상호협의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물론 우리는 북괴에 대한 미국의 두 가지 조치가 미국의 대북괴 자세의 근본적인 전환의 조짐이라든가. 또는 북괴를 크게 고무하는 일이라고는 보려고 하지 않는다. 다분히「쿠바」나 월맹을 의식한「카터」행정부의 비수교국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란 새로운 방침의 소극적인 부산물쯤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우리의 처지에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하지 않은 미국식의 개방적 자세가 북괴의 국제적 입장을 강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소련이나 중공은 아직도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아무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유독 미국만이 북괴에 대해 융통성 있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면 얘기는 우습게 된다.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남북간 직접 대화 내지는 남북을 포함한 직접 당사자간 해결이란 방식의 현실화가 더욱 지체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호주의적 기초에 바탕하지 않은 일방적인 응용성이란 문제 해결을 촉진하기보다는 사태를 그르치기 쉬운 것이다.
『한국이 참여하지 않은 북괴와의 단독협상은 절대로 않겠다』는「카터」대통령의 재다짐은 이같은 우려를 상당히 해소시키는 것이긴 하나, 앞으로도 북괴를 다툼에 있어선 결정에 앞서 한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겠음을 강력히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박 외무의 미국정부 수뇌와의 일련의 회담과정에서 미국측은 앞으로 4, 5년에 걸친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방침을 확실히 했다.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 분명한 것은 우리라 해서 무한정 미군의 주둔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미국이라고 해서 동북아의 안정이란 미국의 국가이익에 연상을 주면서까지 주한 미 지상군을 철수할리는 만무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관해 한미간에 기본적인 견해 차이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요는 사전에 또는 감축과정에서 얼마나 한반도의 군사균형과 동북아의 안정을 위한 준비와 보장조치가 정밀하게 강구되느냐에 달렸다 하겠다.
이번「워싱턴」의 한미 고위회담을 기해 한미 양국이 모든 문제에 있어서 허심탄회하고 좀더 긴밀한 협의로 상호이해와 우호관계를 보다 돈독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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