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수도권 규제지역 확대와 거점도시 개발계획|「소산」아닌「재배치」…각계의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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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번 발포된 수도권인구 재배치 계획은 서울의 인구문제를「소산」이라는 개념보다 전국적인「재배치」의 개념으로 다루었다는데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사실 60년대 말이래 서울의 인구억제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으면서도 그동안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올바른 접근방법을 발견하지 못 했다는데 원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계획이 서울인구의 축출이 아니라 지방도시의 개발에 의한 유입 인구의 흡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문제를 올바로 인식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는 이유는 쉽게 얘기해서 취업 및 교육의 기회가 많고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규모 시장이 있고 행정 및 사회간접시설의「서비스」를 최대로 받을 수 있다는데 유인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유입을 지방으로 돌려 서울로 향하는 유인 인구를 거점 도시에서 흡수하자는 것이 이번 계획의 기본 구상이다.
이같은 구상 아래 제시된 정책 방향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서울이 이제까지 제공해 온 각종 편익을 줄여 가급적「불편한 도시」로 만들고 반면 지방교육기관의 중점육성 등 지방도시의 편익을 늘려「살만한 곳」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 방향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수도권에 대해서는 교육기관 확장·공장증설·주택건설을 억제하는 한편 지방도시에 대해서는 교육기관·공장이전·주민이전 등에 대해 세제·금융상 특혜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구재배치 계획의 실천에는 몇 가지 신중히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계획 수행상의 선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이나 공장을 중소도시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주택·교육·교통·통신 등 이주를 위한 선결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소희경 박사)
앞으로 살기 좋고 영업활동을 하기 좋은 곳을 만들어 줄테니 우선 와서 살아보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여건을 마련함이 없이 서울의 인구억제에 급급하여 공장건설·주택건설·교육기관 확장을 막는 일을 앞세운다면 이는 국민경제·국민교육 등 보다 본질적이고 큰 문제에 주름을 남겨 놓을 우려가 있다.
『기업의 경우, 중요한 이전 동기는 시장 및 교통·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뒷받침이 결여된 채로 지방 이전이나 신설을 강요한다면 간접비 부담증가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은 당연하며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KDI송병락 박사)
따라서 둘째로 제기되는 문제는 어떻게 지방도시에 각종 편익을 마련할 재원을 빨리 염출하는냐 하는 점이다.
공업단지 조성 등은 대부분 제4차 5개년 계획에 반영이 되어 있으나 지방거점 도시개발은 광주권 개발 등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투자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지만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18%를 넘고 있다는 점을 감안, 계획을 서두르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세째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은 정부가 인구의 지방도시 흡수 유인으로 제시한 각종 방안이 인구의 서울 유인에 대한 방파제 구실을 하기에 충분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수도는 경제적·사회적 중심지일 뿐 아니라 문화적 용광로, 그리고 신기술과 신문물의 집산적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지방도시의 개발에도 이같은 측면이 다각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계획내용은 수도권의 인구억제에 치중한 나머지 서울이 안고 있는 다른 문제에는 소홀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예컨대「아파트」계획을 축소하고 저밀도 주택건설만 허용하겠다는 것은 서울의 주택 부족율이 45%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서울의 내부 개조의 문제로 몇몇 학원에 대한 강남 이전을 행정력으로 실현하려는 것도. 유인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
수도권의 인구소산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7∼8년을 끌면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것이며 그런 만큼 그 실행에는 적지 않은 무리와 마찰이 불가피 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부담과 출혈을 극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시행 착오가 없도록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계획을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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