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소 잠함 잇단 출현 벌써 불길한 예감|숨가쁜 교신 "여기는 캄차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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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월28일 자정까지 「캄차카」우도 2백해리 밖으로 철수, 2∼3주 대기하라.』
초속 45m의 강풍과 높이15m를 넘는 파도를 헤치면서 조업 중이던 16척의 명태잡이 어선들은 26일 하오7시께 일제히 이 같은 전문을 본부로부터 받았다. 『10여일 전부터 소련의 경비정과 잠수함이 자주 「오호츠크」해에 나타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는 고려원양소속 풍양호(3천5백t)는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만선(명태2천1백t어획)이 되어 귀항을 준비중이어서 다행이었다』고 타전해왔다.
그러나 황금어장을 눈앞에 두고 그곳을 떠나야 했던 15척의 어선들은 명태대신 실의만 싣고 일단 철수, 지난1일 새벽에는 모두 북위40도17분, 동경 1백49도 일본 북해도 동남방으로 후퇴했다.
지난달 9일 부산항을 떠나 14일 낮 「캄차카」근해에 그물을 던진 대림수산소속 대신호도 2개월 예정이던 조업기간을 13일만에 끝내고 귀항을 서둘러야했다.
13일간의 조업실적은 1천4백t. 당초계획의 3분의1밖에 안된다. 27일 밤 다섯번째 투망을 하면서 대신 호는 비로소 『소련의 전관수역이 3월1일부터 발효하니 2월28일까지 일본 「혹가이도」근해로 회항하라』는 전문을 본부로부터 받고 이날 자정 무렵 「캄차카」근해에서의 마지막 조업을 끝냈다는 전문보고다. 2백해리를 완전히 벗어나는데는 적어도 24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 전에 어망을 건져야하는 것이다.
북양어장은 「캄차카」근해의 명태어장과 「알래스카」연안의 은대구어장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올들어 북양에 출어한 어선은 명태잡이 어선29척과 은대구잡이 23척 등 총52척.
고려원양의 2만6천t짜리 개척호 선단 28척은 올해는 처음부터 북양출어를 포기했다.
은대구잡이 어선 23척은 모두 미국 「알래스카」근해에서 조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 철수, 귀항중이며 일부는 「샌프란시스코」로 귀항, 조업재개일자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27일 현재 북양에서 마지막 조업 중이었던 어선은 29척 중 16척. 거의 대부분이 10일 정도밖에 조업하지 못해 배 안은 텅 비어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들은 일본북해도 12해리 밖 공해에서 지금도 명태잡이를 계속하고 있다.
『2∼3주 지나면 「캅차카」에서의 조업계속 여부가 판명된다』는 것이 수산청당국의 설명이지만 이들은 2∼3주간 만선을 해서 귀항하라는 것으로 해석, 억척스럽게 조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일본어선들이 계속 조업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혹시 한국어선에 대해서도 조업재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나 하고 매일 정오만 되면 조업재개 가능성여부를 본부에 타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캄차카」 입어권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이들은 항로마저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양에 출어한 어선 수는 명태잡이 57척(개척호선단 28척 포함)과 은대구잡이 23척 등 모두80척.
그러나 미국어장에 배정된 어선은 명태어선 21척과 은대구어선 7척 등 모두28척뿐.
나머지 52척은 앞으로 갈곳이 없어진다. 새로운 해양분할시대를 맞아 절해의 고선이된 북양어선은 어디로 선수를 돌릴 것인지….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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