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성 기밀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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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25사변에 관한 미국무성의 기밀문서가 27년만에 공개되었다. 미국은 모든 기밀문서를 25년이 지난 뒤에는 공개하는 관례를 따른 것이다.
미국무성의 기밀문서는 세가지기준에 의해 분류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TOP SECRET」(제l급 기밀문서)란 도장이 찍힌다.
그 다음은 단순한 SECRET(기밀문서).
그 다음이 CONFIDENTIAL (비밀문서) 다.
또 다른 분류법은 문서의 배포처가 얼마나 한정되어 있느냐에 따른다. 즉 지명된 수신자이외는 절대로 봐서는 안 되는『배부금지』가 있고,『배부국한』『한정배부』차례로 중요성이 달라진다.
『배부금지』의 경우는 수신자의이름까지도 암호로 쓰여있다. 가령 월남전 때의 어느 기밀 문서에는 Nodis Harvan이라 적혀 있었다. Harvan이란 당시의 미국 측「파리」회담의 정부대표이던「해리먼」,「밴스」의 암호명이었다.
세번째로는 완급도에 따른『비상』『긴급』『급』『우선』『통상』등 다섯 단차의 문서가 있다. 이런 기밀문서들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중요성이 한 단계씩 줄어든다.
보통은 3년을 한 단위로 삼는다.
따라서 당초에「최고기밀」이라 지정했던 문서도 3년이 지나면「기밀문서」가 되고, 6년이 지나면 단순한「비밀문서」로, 또 9년 후에는 기밀지정이 해제되고 그 후 또 3년이 지나면 공개된다.
미국으로서는 공개할 수도 없지만 쓸모가 없게된 기밀 문서에는「번·백」(Burn Bag)라는 표시가 붙는다.
이 속에 들어간 기밀문서들은 모두 소각된다.
기일문서를 타자했던「타이프·라이터」의「리번」도 물론 이「백」을 거쳐서 등분된다.
그러나 이렇게 l2년이 지나도 공개되지 않는 문서들이 있다.
첫째 국가안보와 관계되고, 둘째 이미 완결된『역사』가 아니라 아직도 살아있는 역사의 일부와 관계되는 경우다.
이래서 국제적 성격을 띤 기밀문서들은 12년이 아니라 25년이 경과돼야 비로소 공개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기밀문서는 미 국무성의 비밀금고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2천여 만 통의 기밀문서중의 일부다.
외신을 통해 공개된『기밀』의「부는 우리에게 새삼스레 6·25의 악몽을 일깨워주는 듯 하다. 그리고 한 두 사람의 판단착오로 6·25의 참극이 한층 더해졌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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