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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남경」특별시의 전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규격화 한 건물전시장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모든 건축물의 높이와 넓이를 제한한 까닭에 서울시가 보여주던 혼돈과 불균형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대로 남경시는 안정감은 주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늑함이 없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것이 「남경」특별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규격화 한 인조도시의 비정함은 가셔지지 않은 것이다.
새 행정수도의 건설계획 당시에는 새 수도가 지나치게 인공 도시의 느낌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여 여러 가지 방침이 강구되었었다. 예컨대 「브라질」의 「브라질리아」가 주는 전위건축의 전람회장 같은 느낌이라든가, 서독의 「본」이 주는 직선과 단순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들의 투박한 느낌 따위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태양· 숲·물 등 자연적인 여건과 「개스」나 소음 등 공해방지가 강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남경」 특별시가 어쩔 수 없이 비석한 인조도시의 느낌을 주는 것은 각종 건축물의 모양이라든가, 구조의 단순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바둑판 식으로 질서정연하게 끊어지고 이어진 도시전체의 꽉 짜여진 균형 같은 것이 어딘가 모르게 제복을 입은 듯한 모습이어서 시민개개인의 일상생활과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살리기 위해 지은 몇몇 공공건물이 대한민국의 한 도시임을 느끼게 해주고 있고 80년대의 새로운 우리의 건축양식과 여기저기 세워진 공원과 연지대가 「사람 사는 곳」임을 확인시켜주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런 것들은 규격화한 도시를 치장해 주는 부속품 정도의 구실밖에는 못하고 있다.
그것은 그와 같은 공원이나 녹지대에 흔히 있을 법한 「아베크족」을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볍게 증명된다.
서울 같으면 대낮에도 고궁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남경」시의 공원이나 녹지대는 행인만이 드문드문 보일 뿐 한산하기 짝이 없다. 풍치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지나치게 인공적인 느낌을 줄 때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심리적 저항감 때문인 것 같다.
중심지서 벗어나 학교가 있고, 「아파트」가 있고 주택가가 있는 변두리로 나가면 그래도 다소는 사람이 살고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구릉과 하천 역시 만들어질 것이기는 하지만 시의 중심가에 비해선 자연미가 조금쯤 살아있고, 그 때문인지 노인들이 한가롭게 산책하는 모습,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 혹은 남녀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경」특별시가 이처럼 비타한 느낌을 주는 까닭은 시 건설 당시 당국이 호주의 「캔버라」처럼 모든 용지를 매입, 단체나 개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주택까지를 포함한 모든 건축물을 규격에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한데서 온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모든 건축물은 「워싱턴」이나 「파리」처럼 7층 이상을 올릴 수 없었으며 이렇게 되다보니 부시전체가 깨끗하고 조직적인 인상을 주지만 그 반면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게된 것이다.
밤9시 이후면 「남경」시는 서울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한산하다. 중심지 공공건물의 불들은 거의 모두 꺼지고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마치 서울의 통금시간 전후를 연상케 하듯 자동차만이 전속력으로 질주할 뿐이다.
오히려 주택가가 있는 변두리지역은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고 인적이 끊이지 않아 그런 대로「살아있는 도시」임을 보여준다. <정리=정규웅기자>

<공동가상>
김수근(건축가·공간사 대표)
윤정섭(건축학·서울대교수)
조선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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