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김천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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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1인칭 객관적 주 인물 시점으로 되어있다. 이 작품을 3인칭으로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침침하고 습기찬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그리는데 그리고 그 내면세계의 묘사가 직접적인 호소력을 갖는데 1인칭 시점이 더 큰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기의 소재와 「테마」에 가장 알맞는 시점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점은 항상 고정되어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서술도중에 바뀌어도 좋은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핸리·제임즈」와 그의 후계자들은 「리얼리티」가 손상되지 않기 위해서 시점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젤」도 소재와 효과가 요구하지 않는 한 결코 시점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페린」도 예술상의 이유가 아니면 시점을 옮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E·M·포스터」 「디킨즈」의 『황량한 집』을 예로 들어 이 작품에서 시점은 엉망일 정도로 일관되어 있지 않지만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있는 것은 시점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고 「언저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시점이 반드시 일관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작가가 말하는 것을 독자가 받아들이게 하는 힘』인 것이다. 「바네트」도 시점의 일관유지를 반드시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장편소설 치고 이 시점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고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거의 일관된 시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흔히 알려진 「카프카」의 「재판」도 전술한 것처럼 3인칭 선택적 전지시점과 3인칭 선택적 객관시점이 섞여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점의 전이는 결코 금기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시점을 자주 바꾸면 독자를 당황하게 하고 소설의 안정감과 「리얼리티」에 손상을 가져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시점의 전이가 표현을 풍부하게 해준다고 해서 결코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작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Ⅲ. 결 언>
시점은 소설의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바네트」의 말처럼 시점을 잘못 택하면 작가가 의도한 거와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 된다. 그러므로 소설이론에서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분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미에서는 이 방면의 연구가 잘되어 있고 작품분석에 흔히 동원된다. 한국에서는 몇 개의 문학개론서에 「바네트」와 「룩스」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 해설이 실려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필자는 여기서 구미의 시점이론들을 총 종합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아직 별로 논의된 일이 없는 1인칭 전지적 시점을 독립된 시점으로 설정해 보았고 3인칭 객관적 시점과 3인칭 선택적 객관 시점을 분리시켜 보았다. 뿐만 아니라 실례는 찾기 어려워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경우까지 모두 생각해보았다.
한국의 소설은 시점이론을 통해 새로운 수법을 개발해야한다. 한국의 장편소설에 거의 예외 없이 사용되는 3인칭 전지적 시점을 과감히 버리고 한번쯤은 3인칭 선택적 전지 시점 같은 것으로 소설을 써 볼만도 하다. 3인칭 객관적 시점이나 3인칭 선택적 객관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도 거의 없는데 이런 시점으로 구성된 단편도 더러 써볼 만도 하다.
초점을 맞춘 3인칭 선택적 전지 시점의 소설도 써 보아야 한다. 사진적 시점이나 「스테레오」시점을 사용한 소설도 시도해 볼만하다. 무리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인칭 전지적 시점도 써볼 수 있다. 이 글이 소설창작에 있어서 새로운 수법의 개발에 기여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끝>

<목차>
I.서언
II.시점에 대한 고찰
A. 제이론
B. 설화자의 존재
C. 시점의 종류
D. 시점의 선택과 전이의 문제.
III. 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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