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내분으로 불안느껴 「탈 중공 친소」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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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신문들은 24일 북괴수상 박성철이 1월말 소련을 방문한다는 소련 관영 「타스」통신보도에 대해 지금까지 중공에 가까왔던 북괴가 모택동 사후의 대 중공관계에 불안을 느끼고 소련 측에 다시 기울어지고 있는 조짐을 보일 것으로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사히」(조일)신문은 이날 박성철의 소련 방문의 배경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자세히 분석했다. 『북괴 제 2인자인 박성철의 방소는 북괴가 지금까지 중공과 가까웠던 점으로 보아 극히 주목된다. 김일성은 지난 75년 4월에 중공을 공식 방문, 10일 간에 걸쳐서 북경에 체류, 당시 건재했던 모택동·주은래와 월남전 이후에 관해서 논의했다.
이때 중공으로부터 북의 「평화통일노선」에 관한 전면적인 지지를 얻음과 동시에 부진한 북괴 경제의 지원에 관해서도 협력을 약속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공과 소련에 등거리를 유지하도록 노력해 온 김일성은 75년 중공 방문 후 소련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직접 방문하지 않고 그후에 소련 관계는 부수상급 교류에 머무르고 있었다. 76년 가을 「유엔」총회에서도 소련은 공산 측 결의안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냉담한 태도였다고 보도됐었다. 이러한 정세 속에 박성철이 소련을 방문하는 것은 한편으로 북괴가 모택동 사후의 중공에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소련과의 관계가 박성철의 방문을 계기로 더욱 밀접해 질 것은 충분히 생각 할 수 있다. 지불능력을 상실한 막대한 외채와 자체경제 파탄으로 고민하고 있는 북괴는 소련으로부터 재정지원을 얻어내려고 애 쓸 것이다.
소련은 한국전쟁 전후 8년간 북괴에 대해 3억「루블」에 가까운 무상 원조를 했지만 그후 중·소 대립과 관련해서 무상원조 형식을 중단했다. 외교 면에서 박성철의 방소는 소련의 전면적 지지 호소를 위한 것 일수도 있다.
지난해 가을 북구제국에서 마약 밀수로 북괴 외교관이 추방된 후 계속해서 이와 같은 사건이 일어났으며 「모스크바」등지에서도 발생한 데 대한 사과와 북괴의 입장을 설명 할 것 같고 박성철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다음에는 김일성이 소련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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