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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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자동원체제를 어떻게 재정비하느냐는 이제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성과 여하에 따라 4차 계획의 전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각계의 관심이 이곳에 모이는 것은 현재와 같은 자본조달방식으로는 4차 계획이 요구하는 높은 투자율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된 때문이다.
사실 총투자율 27%의 달성은 지금 전망으로는 매우 불투명하다. 지난 계획기간처럼 「인플레」정책이나 외자에 의존하려면 그렇지도 않겠으나 해외저축 의존을 완전 탈피한다는 전제 아래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공화당 정책위가 마련한 내자동원 개선방안도 이런 사정을 고려한 탓인지 매우 광범한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 이 정책제안은 요컨대 국내저축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가계저축과 기업저축의 확대를 주안점으로 몇 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안의 내용들이 다소 단편적이고 약간 산만한 감이 없지 않으나 그 기본방향에서는 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16조6천억원에 달하는 방대한 투자재원의 조달은 우선 기업저축에서 50%를 담당하도록 되어있다. 가장 큰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이 부문은 세제나 금융·투자정책 등에서 획기적인 새 지원방안의 도입이 절실한 부문이기도 하다. 기업저축이 총 투자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기축적능력이 크게 개선되거나 직접금융의 폭을 늘리는 길뿐이다.
같은 기간의 통화지표가 3차 계획에 비해 현저하게 압축되고 있어 은행차입 등 간접금융의 의존확대는 계획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오로지 사내유보와 감가상각을 늘리든가,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의 길 밖에 없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기업의 기술혁신과 생산성증대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 해도 투자수요에 상응할 만큼 충분한 자기축적이 가능할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자기축적의 환경이 더욱 악화 될 전망마저 없지 않다. 조세부담률의 급속한 확대가 그렇고, 점증하는 외채상환부담이 또한 그렇다.
외자도입을 점차 줄여간다면 결국 기존외채의 상환은 생산성증대와 이에 따른 자체축적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기술혁신이나 생산성증대자체도 끊임없는 투자수요를 유발할 것이다. 결국 기업저축은 방대한 신규투자는 물론 정부저축에도 이전되고 외상상환에도 충당하며 배상이나 무상증자압력까지도 해소해야한다는 부담을 지게된다.
이런 상황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는 검토의 여지가 너무도 많다.
공화당의 정책건의는 기업저축과 연관된 이런 일련의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한 방향제시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조세·금융 면에서 지원을 늘려야한다는 원칙론이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자본시장의 육성을 위한 여러 제언이나 보험육성법의 제정 등 몇 가지 건의는 모두 내자동원체제의 정비를 위해 일응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내자동원의 또 다른 지주로서 가계저축이 지니는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만성적 「인플레」심리의 극복이나 조세부담률, 자금정책구조가 가계저축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정책체계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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