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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국민건강보험료가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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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최영진 기자 중앙일보 부동산전문기자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

요즘 주택경기를 진단하기가 참 어렵다. 여기저기 나타나는 징후들을 보면 주택시장에 훈풍이 가득 찰 만도 한데 그렇지를 못하니 말이다. 올해 들어 1월부터 2월까지 전국의 주택가격은 상승무드를 탔고 거래량도 쭉 증가했다. 이 시그널은 분명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를 방증하듯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의 청약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분양한 대구의 한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이 76.9대1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부산·천안·전북혁신도시 등에서 나온 아파트도 15~20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전반적인 경제여건도 나쁘지 않은 데다 6·4 지방선거를 겨냥한 개발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반응도 나쁠 게 없다.

 정부도 주택경기를 살려보려고 애 많이 썼다. 취득세를 내렸으며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라는 월세시장 활성화 정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나온 이후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싹 가라앉는 느낌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거래 실적 수치를 보면 거래량이 늘기는 했지만 2월에 비해 증가폭이 확 떨어졌다. 4월 들어서는 시장 상황이 더욱 위축되는 느낌이다. 서울시가 매일 집계하는 주택 실거래 현황을 보자. 이달 27일 현재 전체 거래건수는 1만1016건으로 3월 1만4439건의 76.2%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4월 전체 건수는 전월보다 많이 감소할 게 분명하다. 가장 환금성이 높다는 아파트 거래량도 마찬가지로 전월 대비 76% 수준이다.

 가격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이 주간 단위로 조사하는 전국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보면 정부 정책 발표 전까지 상승기류였으나 공교롭게도 전셋집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월세시장 활성화 정책의 보완조치가 나온 후인 3월 둘째 주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주택경기가 왜 이렇게 곤두박질치고 있을까. 여론은 그 주범으로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꼽는다.

 지난 2월 26일과 3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 그 정책은 월세를 사는 세입자에게는 1년치 월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말정산 때 세금에서 빼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 위주의 주택임대차 시장을 월세시장으로 바꿔 비싼 전셋값에 고통받는 무주택자들의 애로를 들어주기 위한 배려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이뿐이 아니다. 월세시장이 정상화되면 여유가 있는 은퇴자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까지 주택임대사업에 합류함으로써 그만큼 구매수요가 늘어나 주택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행간에 묻어 있다.

 이런 내용과 함께 그동안 거의 방치했던 주택 임대료에 대한 세금 확보도 노렸다. 세입자가 월세를 냈다는 근거만 제출하면 세액감면을 해주고 이 자료는 반대로 임대료를 받은 집주인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꿩 먹고 알 먹는 참 좋은 대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시장이 위축되면서 모처럼 활기를 되찾던 주택시장을 정부가 망쳐놓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간이 흐르면 좀 나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여론의 몰매를 피할 길이 없다. 월세나 전세를 놓고 있던 다주택자들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세금을 내야 될 판이니 반발할 수밖에. 정부는 이를 감안해 2주택자이면서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세금부과를 2년 유예하여 2016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보완조치를 내놓았다.

 자, 여기서 냉정하게 생각할 게 있다.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 때문에 정말 주택시장이 얼어붙게 되었느냐는 얘기다.

 사실 2주택자로서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면 공제혜택이 많아 세금이 얼마 안 된다.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도 그렇다. 계산을 해보면 종합과세 대상인 임대소득 2000만원이 넘으려면 적어도 전세금액이 15억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고액 전셋집이 얼마나 많겠느냐 말이다.

 세금보다 오히려 국민건강보험료 부담이 더 크다.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이면 세금은 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고작 56만원인데 건강보험료는 매달 30만~40만원가량 내야 한다. 생계형 임대사업자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2주택자로서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지 않는 사업자는 건강보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하니 기다려보자.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문제는 너무 부풀려 알려진 점이 없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이 사안은 좀 진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온갖 처방을 내려도 꿈쩍 않는 기존 주택시장의 돌파구는 월세시장 활성화 방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거래를 촉진시키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여지가 많은 임대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기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단계다. 직장 가입자는 소득만을 보험료 산정기준으로 삼지만 지역 가입자는 소득은 물론 주택가격 등 자산과 자동차 등도 계산해 넣는다. 더욱이 주택의 경우 자산과 소득 등 이중 과세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참에 지역 가입자 보험료율 체계를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