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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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문기자가 「버나드·쇼」에게 『당신이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쇼」는 즉석에서 『그건 은행의 저금통장』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토록 소중한 게 저금통장인데 우리네 저축율은 매우 낮다. 가령 일본은 32%인데 우리나라는 18%밖에 안 된다. 자유중국도 30%는 된다.
왜 그럴까? 해답은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해답1 『낭비가 심한 때문이다.』 해답2 『은행 금리가 물가 상승율을 못 따른다.』 해답3 『저금할 만한 여유가 없다.』 해답4 『알뜰하게 모아서 부자가 된 사람은 거의 없다….』
석유왕이라는 「록펠러」는 단골 식당에서 「보이」에게 5「센트」밖엔 「팁」을 주지 않았다. 늘 15「센트」를 받아 오던 「보이」는 투정하기를 『내가 당신이라면 인색하게 10「센트」를 깎지는 않을텐데요. 그러자 「록펠러」는 『그러니까 자네는 언제까지나 「보이」노릇을 하고 있는 거라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인색하다는 유대인, 애란인들도 저축은 잘 모르고 산다. 서독인의 저축율도 훨씬 뒤진다. 그렇다면 해답 1은 정답일 수가 없다.
해답 2에 대하여, 분명 「인플레」는 심하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이다. 나라에서도 그걸 억제하려 애쓰고 있다. 또 일부러 국민들이 손해를 보라고 저축을 장려할 리가 없다.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은 해답 3인 것 같다. 그러나 해마다 저축의 날에 표창 받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여유가 있어 저축한 것만은 아니다.
본래 여유가 많다고 저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저축율이 높지 않은 것도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물론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저축이 불필요하다는 설도 있을 수 있다.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등이 이를 예증한다.
가장 알쏭달쏭한 게 해답 4다. 15세기에 「알베르티」가 쓴 『제가론』을 보면 「유럽」중세의 부자들은 모두 가계부를 갖고 있었다. 그렇게 알뜰하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반드시 알뜰하다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가계부가 있는 부잣집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기왕에 가난할 바에야 꿈이라도 크게 꾸겠다는 깊은 뜻이 있기 때문일까.
이상 어느 하나도 백점짜리 정답이 되는 것 같지가 않다. 우선 우리나라 저축율이 18%라는 것은 국민소득과의 비율을 말한다.
저축율 세계 제1이라는 일본에서도 보통 한 가구가 수입에서 저축으로 돌리는 율은 18%,미국은 6%밖에 안 된다.
그러니까 국민소득이 5백32「달러」나 되는데도 국민 저축율이 낮은 것은 돈 있는 사람들의 저축심이 그만큼 낮은 때문이다. 가난한 봉급생활자는 여기서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면서도 「저축」하면 으레 「샐러리맨」을 연상한다. 정답이 없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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