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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막료들의 정책 편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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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출범을 불과 한달 앞둔 「카터」행정부는 전세계의 주시 속에서 가장 중요한 요직 인선을 계속하여 차차 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카터」의 정권 인수반이 제출한 광범위한 자료를 놓고 「카터」자신이 신중하게 한사람씩 「낙점」하는 이번 작업은 「크리스머스」까지는 끝날 예정이다. 「카터」호에 동승할 승무원이 결정되면 그의 정치 이념과 실천 방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카터」는 지금까지 내각의 11개 장관 가운데 국무·재무·법무·농무·상무·내무·운수 등 7개 장관과 백악관의 안보특보·예산관리국장·경제자문위의장, 그리고 「유엔」대사 등을 임명함으로써 「카터」행정부의 대의정책 및 경제 정책「팀」을 일단 구성했다.
「카터」가 임명한 각료급 고위직 가운데는 흑인과 여성이 1명씩 끼어 있고 그의 고향「조지아」주 출신이 4명이나 된다. 각료의 면면을 보면 제3세기에 들어선 미국의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려는 「카터」의 결의가 엿보인다.
각료로 임명된 인물들의 평소 주장을 통해 「카터」행정부의 성격과 방향을 예진해 본다.
▲「사이러스·밴스」국무장관=대외 정책에 있어서 도덕성의 회복·인권문제·미국과 서구·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국제 관계의 재정립 등 「카터」의 대외 정책관을 원칙적으로 추종하고 있다.
정책의 창의적 발상보다는 지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실무자로서의 능력이 인정되어 발탁된 그는 「카터」가 선거 유세 중에 주장한 정책들을 그대로 자신의 소신으로 삼고, 「데탕트」는 선별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되고 범세계적 테두리 안에서 상호 관련 속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밴스」는 또 우방과의 긴밀한 결속 관계가 동서 문제에 우선해야 하며 예컨대 공산권에 대한 서방측 채권의 증대·무원칙한 과학기술의 공급 등을 지적, 공산권과의 관계에 있어 서방 선진국들은 공동 보조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서구 공산당이 집권에 참여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그는 만약 공산당이 서구에서 집권하게 될 경우 그것이 서구 체계를 교란시키기보다는 수련의 강압 아래 놓여 있는 동구 국가들과 소련간 관계에 더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공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협상을 계속하겠지만 결코 서둘러 타결하지는 않을 것이며 특히 자유중국의 안전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밴스」는 주한 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문제는 한국과 일본 정부와 충분히 토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즈비그뉴·브레진스키」안보 특보=그는 지난 71년 12월 미국의 외교 문제 전문잡지「포린·어페어즈」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일본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그는 일본인의 이른바 「대화혼」을 설명하면서 일본으로 하여금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국제적 책임을 떠맡도록 해야 하며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일본이 상임이사국을 차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그의 이른바 「트라일레터럴리즘」(삼각협력주의) 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곧 서방 공업국 및 일본과의 삼각 유대를 강화해서 이를 대소 경쟁에서는 물론 제3세계의 도전에 대처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발상인 것이다. 그것은 모든 국제 문제를 대소 화해에 종속시켰던 「키신저」의 접근 방법을 거꾸로 적용하는 것이다.
▲「세실·앤드러스」내무장관=그가 주지사로 있었던 「아이다호」주의 자연보존·환경 보호 정책이 연방의 내무 행정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70년 환경 보호를 선거 공약으로 주지사에 출마하여 당선됐는데 「아이다호」주의 약70%가 국유지인 산간 지대의 자연 환경 보호를 위해 「카터」식의 주 정부를 편성했다.
75년 8억「달러」규모의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아이다호」전력 회사의 계획에 반대했는데 경제적인 잇점보다는 발전소의 매연이 환경을 오염시켜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를 들었다.
▲「앤드루·영」「유엔」대사=고「마틴·루터·킹」목사와 함께 미국 흑인의 민권운동을 이끌어 온 그는 「유엔」대사의 입장에서 공산 「베트남」의 「유엔」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포드」행정부는 지금까지 「베트남」의「유엔」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그의 이 같은 태도 표명은 「카터」행정부의 태도가 변화할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는 단일 공산 진영을 다루는 것보다는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쉬울 것이며 동남 「아시아」에서 중공의 팽창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도 강력한 「베트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제「팀」=「카터」가 임명한 경제 「팀」의 성향으로 보면 앞으로 미국의 경제 정책이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적 고립주의로 복귀할 가능성은 배제된다고 경제 전문가는 진단하고 있다. 「블루맨틀」재무장관, 「슐츠」 경제자문위의장, 「랜스」 예산관리국장 등은 모두 실용주의적인 진보주의자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진보주의 학파의 기수로 알려진 「슐츠」는 「카터」행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며 「카터」자신도 『앞으로 4년간 그가 내 오른편에서 경제문제 결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슐츠」가 속한 「브루킹즈」연구소의 경제 문제 전문가 「그룹」은 지난가을 미국·서독·일본 등 선진3국이 서방의 경제 회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건의한바 있다.
그는 앞으로 이와 같은 입장에서 미국 국내 경제 문제를 따를 것이며 「블루맨틀」재무장관은 대외 경제 문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케네디·라운드」 협상 때 미국측 대표로 참가한바 있는 「블루맨틀」은 자유무역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는 미국이 세계의 경제적 난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으며 각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대기업이 외국에 뇌물을 주는 사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대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위한 규범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카터」의 경제「팀」이 국제 무역의 확대를 지향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고무적인 임야다. <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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