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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비트] 빚을 내던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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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부터 이 지역 음악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제3세계 음악'이란 단어가 등장했는데, 요즘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많은 나라의 음악이 포함돼 '월드 뮤직'이란 표현이 보평성을 얻었다.

오늘날 제3세계의 부채 문제는 심각함을 넘어 폭발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아프리카만 해도 대다수 국가들이 전체 예산의 무려 38%를 외채상환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건 3세계국가 대다수가 과거 서구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한때는 이념의 실험장으로 이용됐던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빚을 내던져라!' 앨범은 현재 제3세계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는 '부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해결을 호소한다.

2년 간의 준비 끝에 발매된 '빚을 내던져라!'음반에는 13개 국가에서 월드뮤직계의 수퍼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각 나라 수퍼 스타들의 참여는 현재 월드뮤직계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각 뮤지션들의 음악적 집중력이 음반의 완성도에 단단히 한몫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대표로 참여한 양병집.김현보는 '반쪽이'에서 한국적인 월드뮤직을 명쾌하게 선보인다. 전래동화에 가야금과 기타가 어우러지고, 여기에 가미된 한국아카데미소년소녀합창단의 노래까지 곁들여졌다.

한대수.어어부 프로젝트의 '구멍난 그림자'는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최면을 걸 듯 반복되는 리듬과, 탁주처럼 텁텁하게 그리고 괴롭게 쥐어짜는 노래에서 오히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짐바브웨의 영혼'으로 추앙받는 올리버 므투쿠지는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거장으로, 특유의 인간미 가득한 목소리로 '농부'를 불렀다. 카부베르드 출신의 '맨발의 디바' 세자리아 에보라는 우수 가득한 목소리의 테오필루 샨트르와 '누가 할 수 있나?'를 불렀는데, 찰랑이는 '모르나'리듬에 맞춰 구슬프게 신에게 호소하고 있다.

사회운동가.행위예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브라질의 개성만점 뮤지션 시쿠 세자르는 프랑스 그룹 페블러스 트로바도르와 함께 '빚을 갚을 때야'를 불렀다. 시쿠 세자르는 "내가 진 빚은 인사불성일 때나 가능한 계산"이라며 제목과는 정반대로 '빚을 못 갚겠다'고 애교 있게 으름장을 놓는다.

음반의 끝 곡은 '베네수엘라의 보석' 솔레다드 브라보가 장식한다. 불후의 명곡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삶에 감사하며)'를 통해 여전히 우리에게는 감사할 것들이 남아있음을 얘기한다.

해설지에 수록된 각 노래의 가사에서 이들이 부채문제를 처절하게 호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경쾌한 곡.느린 곡 모두 숙연함을 자아낸다.

월드뮤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별미'로, 월드뮤직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가 될 만한 음반이다.

송기철(대중음악평론가.MBC FM 송기철의 월드뮤직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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