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국민연금까지 공백, 가교형 예금으로 넘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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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58) 부장은 퇴직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국민연금이 61세부터 나오는데 앞으로 3년여 동안 별도의 생활비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다 못한 김 부장. 연금 액수는 줄어들겠지만 가족 생계를 위해선 어쩔 수 없어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한 사람은 2006년 1월 10만7000명에서 올 1월 40만3000명으로 네 배나 됐다.

오래 가입할수록 보너스 쌓이는 연금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부으면 수급 개시 연령 5년 전부터 조기 수령할 자격이 생긴다. 56년생인 김 부장의 경우 2018년 연금 수급이 시작되지만 올해부터 3년 앞당겨 조기 수령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조기 수령에 대한 비용은 치러야 한다. 국민연금을 일찍 받는 1년당 6%, 최대 30%까지 연금이 깎여 지급된다. 이 삭감 비율은 사망 등 연금 종료 때까지 유지된다. 이를 테면 연금을 1년 일찍 수령할 경우 94%, 2년 일찍은 88%만 평생 타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 부장이 국민연금을 3년 일찍 수령하면 감액 비율이 18%로 82%만 타게 된다.

 조기 연금 수령이 정상 수급에 비해 얼마나 불리한지 따져보자. 56년생이 3년 일찍 받을 경우 수령 총액이 정상 수급 총액과 같아지는 나이는 75세다. 75세 이전까지는 조기 수령이 유리하지만 이 나이 이후부터는 역전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80세인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조기 수령은 어떤 경우든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른바 퇴직 시기와 국민연금 개시 시기의 간격을 ‘소득 크레바스’라고 한다. 베이비 부머처럼 소득 크레바스에 빠져 아까운 국민연금을 앞당겨 타다 쓰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해 나가는 게 좋다.

 시중에는 소득 크레바스를 건너게 해주는 금융상품이 많이 나와 있다. 보험회사의 가교형 연금과 은행의 가교형 예금이 대표적이다. 가교란 이름이 들어간 것은 은퇴 이후 국민연금 수령까지의 기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에서다. 지난해 이후 생명보험사들이 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입할 때는 일반 연금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신 나중에 연금 지급이 시작될 때 지급 방식을 가교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교형을 선택하면 초기 몇 년간 연금수령액을 늘려 받을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의 ‘더 드림 교보연금보험’은 오래 가입할수록 보너스가 쌓여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는 매년 기본 적립액의 0.5%를 별도로 쌓아뒀다가 5년마다 적립액에 가산해 주고, 납입기간이 끝난 후에는 매년 0.2%를 쌓아 뒀다가 연금 개시 시점에 적립액을 가산해 준다.

 40세에 가입해 20년 동안 납입하고 65세에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기존 연금보험에 비해 연금액을 약 6.8% 더 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다 젊을 때, 보다 오래도록 노후를 준비하는 고객에게 보너스 혜택이 더욱 커지도록 개발된 상품”이라며 “연금 가입 목적에 맞게 노후를 장기간 준비하려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연금 수령 때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시기를 바꾸거나 필요한 기간에 연금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연금액 조정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

적립액 70% 한번에 수령 가능

동양생명의 ‘수호천사 골든라이프 연금보험’은 기존 연금보험에 ‘100세 보증형’을 추가하는 한편 지급옵션을 다양화해 노후계획에 따라 다양한 연금 수령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종신연금형과 확정연금형·상속연금형·자유연금형 중 두 가지 이상을 선택해 복수연금선택 제도로 운영할 수 있다. 연금지급 개시 시점 적립액의 70%까지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어 자금 활용도가 높다. 100세 보증형은 생존기간 내내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조기에 사망하더라도 100세가 될 때까지 유가족이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또 연금 개시 후에도 재해장해 보장을 강화했고, 매월 25만원을 초과해 납입할 경우 월 납입 보험료의 최대 2%까지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연령은 적립형의 경우 만 15세부터 65세까지며 거치형은 최대 75세다. 은퇴가 코앞에 있어 준비기간이 길지 않다면 가교연금 대신 은행의 가교형 정기예금을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KB하이스토리 정기예금’도 은퇴생활자를 겨냥한 가교형 상품이다. 매달 일정한 원금을 지급해 주는 원금균등분할지급식 또는 이자를 1년에 한 번 월복리로 지급해 주는 원금일시지급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2010년부터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매주 실린 재산리모델링 코너를 맡아 200건이 넘는 지면상담을 진행했다. 최근엔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은퇴성공학’을 주제로 연재물을 기고하고 있다. 중앙일보 경제부와 중앙경제 증권부 등을 거친 경제 전문기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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