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사양길의 스코틀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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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스코틀랜드」 북부의 「얼라풀」 어항에 들른 우리 선객들이 상륙할 때 노인들이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었다. 북극으로 오르내리는 여객선 「오이라파」호의 이 위용이 이들에겐 하나의 위력으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스코틀랜드」는 이들과 조상이 일찌기 세계의 바다로 진출했던 본향이며 산업 혁명 이후 현대 문명의 꽃을 피웠던 곳이다.
이 늙은이들에겐 여전히 해양 민족으로서의 기풍이 깃들여 있었으나 이 독일의 여객선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그 표정에서는 새삼스럽게도 사양길에 접어든 이 나라의 운명 같은 것이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이 항구에서 「버스」에 나누어 타고 「스코틀랜드」 내륙 여행에 나섰다. 「얼라풀」을 나서니 이윽고 가파른 산허리 길로 접어들었다.
오른쪽에는 깊어 보이는 좁고 긴 호수가 보이며 봉안에는 산 벽이 솟아 있다. 「노드웨스트·하일랜드」라고 부르는 이 고장은 호수와 하천이 많으며 자연이 아름다웠다. 이 나라에 호반 시인이 많은 것도 이렇듯 아름다운 호수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 지대는 95%가 원야로서 농지로서는 어울리지 않아서 주로 금수의 서식처로 되어 있다.
철이며 석탄의 지하 자원이 빈약해 살기 어려운 이 고장 사람들은 부호들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관리하여 대가를 받아먹고 사는가 하면 양을 쳐서 생계를 잇고 있었다.
이 지역은 이른바 「홈스펀」이란 수직물이 나오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편이 친 양털로 아내는 가정에서 손으로 옷감을 짜내는 것이다.
이 고장의 가정 주부들은 집에서 옷감을 짜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스카치·홈스펀」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 옛날 방직을 위주로 한 산업 혁명을 하여 기계 공업이 발달했던 이 나라에 예스러운 수직물이 나온다는 것도 매우 진기했다.
「스코틀랜드」중에서도 이 「노드웨스트·하일랜드」는 독특한 자연미를 지니고 있다. 어디선가 저 유명한 「막스·브루흐」의 음악인 「스코티쉬·팬터지」가 들려오는 듯한 환각을 자아낼 만큼 시적이며 음악적이며 회화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일행과 함께 다니다가 「스코틀랜드」의 명산인 「스카치·위스키」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이 「아일랜드」 지방은 자연수의 질이 좋아서 특히 좋은 「위스키」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유지가 「스카치·위스키」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이 「위스키」는 본디 전장에 나갈 때 더욱 용감히 싸우게 하기 위하여 이른바 「전쟁의 흥분제」로서 발명해 낸 것이라고 한다. 「위스키」를 만드는 법은 이러했다. 이 고원에서 나는 보리를 물로 불려서 싹트게 한 맥아를 「피트」 라는 연료로 말린다.
「피트」란 「스코틀랜드」의 황야에 자생하는 「히스」나 관목이 몇천년 동안 땅속에 묻혀 탄화한 일종의 아탄인데 이것으로 맥아를 말려야만 진짜 「스카치·위스키」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이 맥아에 물을 부어 당화한 것을 발효시켜 생긴 묽은 맥주 같은 액을 원시적인 증류법으로 한 방울 한 방울 정성 들여 증류시킨다. 그리하여 빈 통에 넣어서 창고에다 5년 10년, 때로는 몇십년을 깊숙이 갈무리하여 숙성시키는데 기후와 풍토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스카치·위스키」를 한잔 마셔보니 유독 맛이 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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