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섬유 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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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물·공기·석탄을 원료로 한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강한 섬유』-.
미국의 「뒤퐁」 재벌은 1937년 「나일론」을 만들어내면서 이렇게 발표했었다.
이보다 앞서 독일은 벌써 1931년에 「폴리 고화 비닐」을 만들어 냈다. 「폴리」는 여러 가지 원료가 복합된 상태를 의미하며 「비닐」은 원래 「포도주」라는 뜻이었다. 필경은 아름다운 빛깔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자극을 받아 미국이나 독일의 여러 산업 회사들은 앞을 다투어 화학 섬유의 제조에 열을 올렸다. 1930년대는 인류의 의상 생활에 제3의 혁명을 가져온 것이다. 나뭇잎에서 천연섬유로, 그것이 다시 화학섬유로.
화학섬유의 중요한 원료는 석유 계열 제품에서 공급된다. 오늘날의 인류는 석유를 먹고, 입고, 또 석유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석유에서 비롯되는 일상 제품은 무려 3천여 종에 이른다.
화학섬유는 우선 값이 싸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석유 저가 시대의 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1940년대에 접어들어 화학섬유는 세계적으로 대중화됐다.
그러나 자연에의 향수는 우리의 의생활에서도 이제 거의 절실한 문제가 되고 있다. 순수한 화학 제품으로서의 섬유는 자연의 산물인 인간의 피부에는 쉽게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화학섬유가 갖고 있는 자극적 느낌에서부터, 부자연스러운 화학적 특성 등은 사람의 피부에 전연 낯선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그것이 내의로 이용될 때에는 더욱 이질성을 느끼게 한다. 다만 인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정전기 현상과도 같은 구체적인 거부 반응으로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심한 경우 치명적인 병세로 나타나는 경우조차 없지 않다.
이른바 혼방은 이런 거부 반응에 대한 하나의 완충 작용으로 나타난 제품이다. 모사나 면사를 화학섬유와 섞어서 짜낸 옷감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순수한 화학섬유 보다 보온성이나 열 전도율에 있어서 상당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한 때 새로운 섬유에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문명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과제는 아직도 남아 있다. 화학섬유는 천연섬유와는 달리 기상이나 토지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생산의 조절로 가격의 안정을 기대할 수도 있다. 또한 화학섬유의 성질은 그 기초가 물질의 구조를 방사 법에 의해 폭넓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점에서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것들은 과학자의 노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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