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개교 80주년 기념으로 발표 된 동양학 학술회의 논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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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 논문집은 지난해 9월22일과 23일에 성균관대 주최로 성균관 근대 교육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유교 문화권에 있어서의 제 민족 문화의 복수성과 보편성」을 주제로 열렸던 동양학 학술회의의 발표 논문이다. 게재된 논문은 모두 18편으로 6개 분야로 나눠 종교 분야 논문 3편, 철학 분야 논문 3편, 의약학 분야 논문 2편, 어문 분야 논문 3편, 정치사 분야 논문 2편, 법제사 분야 논문 4편으로 되어 있다.
이들 논문 중 특히 이채를 띠는 것은 「파리」 대학 변규룡 교수 (근대 서양 사상과 동양 정신), 일본 상지 대학 「네메세기」 교수 (그리스도의 본질과 동양 전통 사상), 횡빈 대학 대총공남 교수 (현대 의학과 한방 의학) 의 것이다.
변 교수는 17, 18세기의 서구 계몽 철학자들이 서세동점의 결과로 알게된 공자를 비롯, 동양의 고전 유교 사상 속에서 도리 존중, 미신 절무, 계명된 전제 정치, 인애 관념, 평등 정신, 신앙 자유, 민본 사상 등 영원한 현재로서의 진리를 발견하고 그들의 계몽 사상을 체계화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네메세기」 교수는 인류의 공통성인 「선」의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그리스도」교·회교·불교·유교 사이의 대화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총 교수는 인체를 생명체로 다루지 않고 화학 약 등만을 중시, 해독을 일으키고 있는 세분화된 현대 구미 의학은 아무런 해독을 일으키지 않고 있는 종합적이며 인간적인 한의학을 받아들여 대화를 나눔으로써 상호의존 할 것을 주장하고있다.
이밖에 이 논문집에 실린 논문들은 모두 동서 문화의 융화를 이룩하게 하는 일에 큰 도움을 주는 귀중한 글이다. 이런 뜻에서 이 논문집은 유교 문화권 개념의 재정립을 위해 하나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여 주었다고 본다. 앞으로 이 같은 논문집이 속간되기를 바란다.
유홍렬 <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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