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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문제점 많은 실험 대학-실시 3년 중간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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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각 대학은 대학 교육 개혁의 하나로 실시중인 「실험 대학」에 대해 중간 평가가 한참이다. ▲계열별 신입생 모집 ▲졸업 학점의 인하 (1백60학점에서 1백40학점으로) ▲부전공제 ▲능력별 졸업 등으로 특징 되는 실험 대학은 73년 첫 실시 때부터 근본적인 개혁이라는 점에서 대학 교육의 성패를 걸고 있다. 23일 하오 한양대에서 열린 실험 대학 운영을 위한 교육 과정과 그 방향 「세미나」에서도 중간 평가를 최초로 교육 과정의 개선 방향을 위한 강연과 토론이 개최됐다. 유인종 교수 (교육학·고대)의 『대학 교육 과정 개선의 실제』와 유형진 교수 (교육학·한양대)의 『외국 대학의 교육 과정 개선 방향』을 간추린다.

<교육 과정의 문제>특수성 외면된 채 획일화|제2 외국어 개방 필요|선택 과목 크게 늘려야|유인종 <교육학·고대 교수>
현재 대학 교육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는 ①폐쇄적인 교육 과정의 편성 ②교육 내용의 중복 및 학문 영역간의 상호 관련 부족 ③교육 내용의 사회적·시대적 적합성 부족 ④대학의 설립 취지와 지역적 특색이 무시된 교육 과정과 편성의 획일화 ⑤고교 교육과 겹치는 교양 교육 등이다.
이중 폐쇄적인 교육 과정의 편성은 ▲학과 중심의 교육 과정 운영 ▲교수 위주의 교과목 설정 ▲지나친 필수 과목 ▲학년별 고정 시간표의 작성으로 폐쇄성이 심화하고 있다.
이 결과 학문간의 대화는 물론, 연구의 자유마저 저해되고 학생들은 장차 사회에 나가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의 선택마저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실험 대학에서 종래의 1백60학점 제도를 백40학점으로 인하하고 전공 제도를 도입한 것은 폐쇄적인 교육 과정 탈피를 위한 불가피한 방안으로 평가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교양 교육의 개선 문제도 시급한 문제로 손꼽힌다. 현재 전국 대학의 교양 과정 이수율은 인문계가 75%, 사회계가 24%, 자연과학계 20%로 심한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있다.
특히 자연·사회과학 계통은 어학 교육을 제외하면 거의 순수한 의미에서 교양 교육 (철학·역사 등)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의 교양 교육조차 1학년에만 편중 배정 돼 있기 때문에 교육 내용에 흥미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을 분석해 볼 때 개선의 기본 방향을 이렇게 제시 할 수가 있다.
첫째 대학은 학문 공동체로서의 이념과 전문 직업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 공부와 취직 공부를 따로 하던 종래의 제도화 개선해야 한다.
둘째는 전공학과간의 장벽 제거 문제. 현재는 1개학과를 중심으로 필수 과목이 정해져 있으나 그 보다는 학과를 떠난 과목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째 학생들의 취업 등을 확충하기 위해 필수 과목을 줄이고 선택 과목을 늘려 학문 영역의 상호 개방을 이룩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기 진로와 관계되는 학문 영역의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학원에 진학할 학생은 전공 분야의 과목을 더 많이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에 바로 진출할 학생들은 직업과 관련되는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다.
네째로 교양 과목을 분산해서 이수하는 제도로 전환, 종래의 집중 이수 형태에서 전공 과목은 하급 학년으로 내리고 교양 과목 중 기초·실험 도구 과목은 상급 학년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각 대학은 지역에 따른 특수성과 대상 학생 집단에 적합성이 있도록 교육 과정의 편성이 절실하다.
특히 외국어 과목을 학생의 전공 분야에 따라 자유롭게 이수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그 방법도 영어의 경우만 필수로 하고 다른 외국어는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외국 대학의 경우>학문적 기능은 대학원으로|일반 교양·직업 교육에 치중|과목 세분화지양…부전공 권장|유형진 <교육학·한양대 교수>
고등 교육 인구의 증가, 대학의 사회 발전에 대한 기여도 증가, 지식의 폭증에 따라 60년대부터 각국의 대학들은 개혁이 불가피해졌다. 외국 대학의 개혁 작업을 살펴보면서 몇가지 두드러진 영향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종국적인 학문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이젠 대학원이 대신케 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대학은 일반 교양과 직업 생활에서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전수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종전까지 학문 각 분야가 세분화되던 경향에서 벗어나 이젠 반대로 종합 과목 화해 가고 있다. 『과학의 역리』 『시간과 문화』 『현대 문명론』 같은 강의가 그러한 예다. 이것은 인접 학문을 공부함으로써 자신의 전공 분야를 좀 더 넓은 분야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각국의 대학들은 부전공제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인문계는 50%, 자연계는 60%만이 주 전공을 공부하고 나머지는 관련 과목을 이수케 하고 있다.
세째 연중 무휴의 학습을 위해 고정적인 연 2학기제에서 4학기제 등으로 다양성 있는 운영을 모색하고 있다.
네째 외국어 교육에 있어서 종전의 문헌 위주로부터 실질적인 필요에 발맞추기 위해 어학연구 소동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대학 개혁을 실천하는데는 대략 3가지의 길이 모색되고 있다. 첫째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길.
영국의 「뉴·유니버시티」, 「프랑스」의 「모델·유니버시티」, 일본의 「쓰꾸바」 (축파) 대학 등이 그러한 예. 영국에서는 지난 1958년부터 10개의 「뉴·유니버시티」를 세우고 종전에 대학에서 폐쇄적이던 학부·학과간의 장벽을 완화했다. 「뉴·유니버시티」에서는 강의와 함께 개인 교수 제도와 소집단 강의를 병행하며, 학교의 운영에 교수·직원·학생의 참여를 확대시켰다.
둘째 이미 세워진 대학의 체제를 전면적으로 서서히 개혁해 가는 길.
이런 형태의 개혁은 새로운 변화를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미국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실험 대학도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세째 기존 대학에서 부분적으로 새로운 체재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 점차 확대시켜 나가는 방법. 이런 방식의 개혁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체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없을 때 각 대학별로 변화를 모색하는 소규모의 개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도 교육의 지방분권이 잘 이루어져 있는 미국에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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