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으면 컨테이너 안 묶어 … 여객선들 입·출항 부실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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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화물칸에 설치된 컨테이너 고정 장비 래싱바.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장비다. [송봉근 기자]

“(청해진해운 선박은) 오래전부터 컨테이너 결박 장비(래싱 바·Lashing bar)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대충 밧줄로 묶거나 날씨가 좋으면 그냥 싣고 목적지로 향한다.”(1등항해사 A씨)

 “안전 점검은 형식적이다. 선사-운항관리실(해운조합)-항만청-해경 등 관련 기관이 다 그렇다.”(1등항해사 B씨)

 전·현직 항해사들이 전하는 연안여객선의 ‘안전불감증’ 실태다. 본지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전·현직 1등항해사 2명과 2등항해사 1명, 3등항해사 1명 등 4명에게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 실태에 관한 증언을 들었다. 이들은 “연안 여객선은 출항 준비 단계부터 입항 때까지 부실투성이”라고 했다.

  짐 싣는 것부터 그랬다. 세월호에서는 갑판 위 컨테이너를 제대로 결박할 수 없었다. 컨테이너의 아래쪽 구멍에 ‘래싱 바’를 걸어 갑판에 고정해야 하는데 선사는 이를 일부만 확보하고 있다. 아래 컨테이너와 위 컨테이너를 단단히 잡아 주는 장비인 ‘콘(고정핀)’도 없었다. 지난해 세월호를 3개월간 탔던 항해사 A씨는 “파도가 높지 않을 땐 아예 고정하지 않고 출발했다. 전국 다른 연안 여객선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짐을 싣는 순서와 배치도 문제였다. 중량을 구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선적했다. 선박은 짐의 무게를 계산해 좌우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으로 쏠린다.

 항해사들은 “화물이 쏠려 출항 전에 배가 기울면 편법을 동원했다”고 했다. 화물 선적 상태나 안전을 점검하는 1등항해사가 평형수(水)를 미리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서였다. 평형수는 운항 중 조류 등으로 배가 기울 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박 아랫부분 좌우 양쪽 탱크에 담아 둔 물이다. 이 항해사는 “평형수를 미리 조절하면 긴급 상황 시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에 승선했던 전직 1등항해사 B씨에 따르면 지난해 청해진해운 소속 오하마나호가 인천을 떠나 제주로 가던 때 이런 일이 발생했다. 배는 조류에 밀려 한쪽으로 기울었고 항해사는 오른쪽 평형수를 조금씩 빼내 균형을 맞춰갔다. 한쪽으로 3~4도 기운 배를 똑바로 세우려면 평형수 50t을 채우거나 버려야 했다. 하지만 출항 전 이미 적게 실린 오른쪽 평형수는 금세 바닥났다. 왼쪽 평형수는 꽉 차 있었다. 배는 수시간을 기운 상태로 제주항에 입항했다. B씨는 “자칫 침몰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2등항해사 C씨는 “세월호의 평형수 상태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항해사들은 “연안 여객선의 안전 점검도 대부분 부실했다”고 말했다. 화물의 선적 상태, 승선 인원 등은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이 점검한다. 선박의 기능과 안전설비 등의 점검기관은 한국선급이다. 해경은 운항관리실을 관리·감독한다. 3등항해사 D씨는 “해운조합 운항관리실과 한국선급은 점검을 대충하고 해경은 이를 눈감아 주는 구조”라고 했다. 세월호의 1등항해사였던 A씨는 “실제 검사하지 않고 검사 유효기간만 바꿔 표기해 놓는 점검 항목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윤호진·이서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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