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울하신가요, 친구에게 속 털어놓고 자신감을 잃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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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주부 강모(46·서울 강서구)씨는 요즘 잠들기 전에 소주 반 병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러지 않고선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다.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나타난 증상이다. 고등학생 자매(18, 16세)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는 우울한 기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내 딸 같은 아이들이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편안하게 누워 잠이 오지 않는다”며 “남도 이런데, 진도에서 오매불망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우울하지 않은 국민이 없을 정도다. 희생자들과 가족에 대한 비통함과 애도는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울 증세가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강씨처럼 잠이 오지 않거나 감정조절이 안 되는 현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이정섭)는 22일 세월호와 관련한 국민 정신건강 안내문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계속 눈물이 나고 ▶잠이 오지 않으며 ▶즐기던 일이 재미가 없고 ▶우울하거나 화나는 감정이 심하고 등의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학회는 지나친 우울 증세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 12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일 6가지’도 제안했다. 해야 할 일은 규칙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운동이나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심한 우울 증세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격려하자는 내용이다.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사고 뉴스에 대한 지나친 몰입, 불규칙적인 생활과 게임, 술 의존 등을 꼽았다.

 이소영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는 “마음이 약하거나 우울증이 있고, 예전에 큰 외상을 당한 적이 있으면 이번 사고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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