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택시」증차의 이권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도 서울의 교통난이「교통전쟁」으로 불리 울 만큼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음은 이제 시민 모두가 매일처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일이다.
7백만 인구가 상주하는 서울의 1일 교통인구는 이제 줄잡아 7백 50만에서 8백만에 달하며, 아침저녁 출·퇴근시간 4시간 동안에 그 60%에 해당되는 4백20만 명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시발점에서부터 만원이 된「버스」를 타기 위해 도중 정류장에 몰려든 시민들은「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수십「미터」씩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등 달음박질을 쳐야만 한다.
또 간신히「버스」에 올라도 그「버스」는 무수한 신호등에 걸려 몇 번씩 정차를 되풀이하는가 하면 자동차 행렬 때문에 굼벵이 걸음을 하며, 이렇게 초만원「버스」에 시달리고 난 시민들은 출근 때부터 기진맥진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의 교통질서가 이토록 엉망으로 된 이유는 분명하다. 교통·운수행정의 난맥과 무 정견, 바로 그것이다. 「교통전쟁」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최악의 상태에 이른 수도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따라서 대형 대중교통수단을 대폭 늘리는 것밖에 별 뾰족한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종래 서울시 당국은 대중교통수단인「버스」의 증차에는 구차스런 핑계를 내세워 매양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었다. 제 시간에 차를 못타는 시민이 하루에 자그마치 20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를 앞에 두고서도 이 난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 당국에 대해 시민의 원성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현재 서울시내 교통량을 차량별로 보면 일반「버스」와 통근「버스」이용자가 약 90%, 지하철·전철이 5%,「택시」와 승용차가 4%라고 하는데도「버스」증차는 하지 않고 승용차만 증가일로에 있으니 이런 본말전도가 또 어디 있겠는가.
하기야 연간 생산능력이 7만대나 되는 3개 국산자동차회사가 지난 75년엔 고작 1만 7천 6백 72대 밖에 생산하지 못할 만큼 수요가 미미한 형편이고 보면 승용차의 지나친 증차 억제는 자동차의 국산화정책과 어긋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 연말 현재「택시」가 2만9천77대, 자가용 5만대에 비해「버스」는 고작 1만8천2백44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어느 모로나 합리적인 운수행정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버스」의 주문이 많지 않은 것은 수요가 없어서라기보다 기존운수업체들의 기득권 확보를 위한 작용 때문임을 유의, 이제는 일대 단안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번 국회 내무위 질의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시내「버스」의 증차에 얽힌 이권화문제와 「버스」노선 변경에 따르는「프리미엄」설을 추궁한 것은 많은 서울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당국자로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서울시의 교통문제는 비단 시 당국의 책임만은 아니다. 국정감사권이 없는 국회이긴 하나 예산심의시의 질의를 통해 철저히 문제점을 따지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밖에도 직속상급기관인 국무총리실과 감사원 등도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해야만 할 것이다.
시 당국은 이제 극에 이른 감이 있는 수도 서울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1차적으로 시내「버스」의 대폭 증차와「버스」노선의 재조정을 시급히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90여 개의 운수업체를 대폭 통합, 정비하여「버스」· 「택시」업체의 대형화를 촉진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월간 인건비만도 1천만 원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군소 업체간의 과당경쟁을 지양, 시민에 대한「서비스」도 개선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