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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중동 진출의 경제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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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 중동 경협 관계가 아직은 일천한대도 그 성과는 적지 않으며, 최근 그 신장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조용한 대 중동 진출」을 다짐했던 관계부처나 민간업계의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은 것으로 일단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테헤란」에서 열린 제2차 한·「이란」경제각료회담은 이런 추세에 더욱 큰 활력을 불어넣은 것 같다. 3일간의 본 회담에서 협의된 의제들은 철도차량 수출·인력 진출·교역·수산 합작·건설 수출 등 양국간에 있음직한 모든 형태의 협력방안을 망라하고 있다.
이런 평범한 협력방안의 개발은 여타 중동 지역과도 가능하다고 보아 계속 쌍무적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73년 말부터 겨우 본격화한 우리의 대 중동 진출은 3년도 못되어 10억「달러」가 넘는 거래실적을 보일 만큼 급 신장되었다.
그러나 그 거래내용이 언제나 우리의 장기적 이익에 합당한 것이었던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처음 단계에선 가령 흔히 있음직한 협력형태로서의 각종 건설공사 참여와 저 기능 노동력 진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언젠가는 이런 단계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건설부문만 해도 올 들어 눈에 띄게 그 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점차 거래내용은 대형화·전문화되는 추세에 있다. 구태의연하게 싼 노임만을 배경으로 낙찰만 받아오면 된다는 생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경제성이나 국내산업과의 연관성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국제경쟁력을 저상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되도록 정당한 공사비와 계약조건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인력 수출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지난 연말 현재 우리 인력의 대 중동 진출은 7천 명을 넘어섰던 것이며 그 뒤로도 그 수효가 계속 증가일로에 있지만, 이들이 얼마나 정당한 보수를 받고 있는지, 또 그들의 근로환경이 과연 어떤 상태인지를 이제는 재검토해 볼 때가 된 것이다.
외지보도로는 중동 진출 노동력 중 동양인으로는 한국인이 제일 많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현지인들 자신조차 꺼리는 어려운 노역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들 중 만의 하나라도 부당한 저임금이나 불리한 계약조건에 얽매이는 사례가 행여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행히 중동 진출을 종합 조정하는 기구도 생기고. 민간업자들의 협의기관도 발족하여 이런 문제들이 점차 개선되는 기미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관계자들의 더욱 큰 관심이 촉구되어야 할 측면이기도 하다.
길게 보아 중동 진출의 방향은 이런 초기의 건설·용역·인력 수출에서 점차 상품·「플랜트」·자본 협력으로 옮겨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기술이나 자본력이 월등한 선진국과의 경쟁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지만, 품목별·기술수준별로는 오히려 더 유리한 부문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번의 한·「이란」각료회담에서 논의된 부문, 예컨대 철도차량이나 조선·「시멘트」·비료 등이 바로 그런 부문이 될 수 있다.
이번 2차 회담의 합의가 실무급 합의로 이어져 예정대로 실현된다면, 우리는 중동 진출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 셈이다. 관계 당국과 업계의 더욱 집중된 노력을 기대한다, 다만 1차 회담 때 크게 관심을 모았던 주택건설이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 있고, 몇 나라와의 어업협정이나 조세협정 체결도 계속 끈기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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