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체제 강화에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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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얼핏보기에 「카터」의 외교정책은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외교·국방문제를 주제로 한 「포드」「카터」 2차 TV 토론에서 나타난 「카터」 의 입장은 종전의 진보적 색채가 거의 없어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포드」처럼 「파나마」운하지대의 미국 이익을 수호하자는데 강경했고, 중공과의 관계정상화, 중동평화의 성취, 남「아프리카」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서 「포드」에 동조했다.
다만 「카터」는 「키신저」의 「비밀외교」를 비난하고 「데탕트」의 성과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소련과의 협상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는 게 고작 「포드」와의 상이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였다.
미국의 많은 외교전문가들도 「카터」외교정책이 「닉슨」「키신저」에 의해 월남전이후에 추진 된 미국 외교정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스타일」과 강조점에서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카터」의 「스타일」은 「유럽」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기존동맹관계를 대소관계보다 우선시키면서 일종의 공개적인 외교를 펴겠다는 것이고 그의 강조점은 국제관계에서 미국의 도덕적 지도능력의 회복이다.
「카터」의 외교문제 자문역이며 국무장관의 물망에 오르고 있는 「조비그뉴·브르제긴스키」는 새로운 국내질서를 위한 기본전제로서 미·서구·일본의 삼각협력해제를 제안한 바 있다. 즉 선진 서방국가들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하여 지역중심의 국제체제를 이룩하며 새로운 국제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남북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카터」의 외교정책은 대체로 미국의 힘→미·서구·일 3각 체제 새로운 국제체제로 도식화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카터」의 「아시아」정책의 축은 일본이 될 것이다. 「카터」가 선거유세 중에 (6월 23일) 한국에서 미 지상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되 사전에 일본과 긴밀한 협의에 의해 그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문맥에서 이해될 수 있다. 「브르제진스키」는 좀더 노골적으로 『미의 한국주둔은 일본에 대한 미국의 공약의 연장』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브르제진스키」는 일본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로서 일본은 서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민주화된 지역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적 특성을 지키면서 국제적인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이들 3개 지역의 협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일본 증시정책은 일본에 심취하고있는 「카터」의 개인적 취향이지만 「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76년도 민주당정강에 의하면 미국은 여전히 태평양국가로서 『일본과의 우호 및 협력은「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심 및 정책의 초점』임을 지적하고 따라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담당할 건설적이고 평화적 역할에 대한 필수조건』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 새 행정부는 이러한 미일 관계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공약을 준수하되 군사적으로는 개입하지 않는」 「닉슨」「포드」의 태평양 정책을 답습할 것이 틀림없다. 「카터」도 중공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대만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역시 그의 선임자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카터」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도전자라는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도전자는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책임을 져야하는 현직대통령보다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비판을 할 수가 있다.
문제는 도전자였던 「카터」가 대통령으로 어떻게 변모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그는 외교정책에서도 도덕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그러나 그가 이미 미국이 쌓아놓은 정치·경제적 이득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만큼 개혁적일 수 없다는 점은 선거과정에서 보인 그의 성향으로 보아 분명하다.
선진서방국가들의 결속이라는 그의 새로운 국제질서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주도의 현 질서를 유지·강화하자는 것 이상이 아니고, 따라서 대통령 「카터」의 정책은 종래 미국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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