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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합성세제의 독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 일반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분말 및 액체의 중성세제(경성세제)를 흰 쥐의 피부에 발라 본 결과 독성이 심해 그 10% 희석액으로도 1일 내지 18일 안에 모두 죽어 버렸다는 사실이 모 의대연구 「팀」의 실험결과 밝혀졌다.
우리 가정에서도 나날이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빨래용 가루비누가, 그것도 일류「메이커」제품이, 이 같이 무서운 독성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니 그렇다면 당연히 머리「샴푸」와 심지어 과실·채소·식기용 액체세제들마저도 쥐를 죽게 할만큼 독성이 심하다는 것으로,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쥐를 단시일에 죽일 만큼 독성이 강한 것이라면 인체에도 극히 유해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우리 보사 당국자는 합성세제 제조에 대해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아무런 경계심 없이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실은 선진 제국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중성세제가 바다와 하천·호수 그리고 하수도, 심지어는 상수도원까지 오염시켜 환경을 파괴하고 인체에까지 큰 해독을 끼친다는 사실은 여러 번 경고된 바 있는 것이다.
합성세제의 독성에 관한 실험은 l960년 미국의 유수한 한 세제회사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잇달아 선진제국의 기업·정부·민간연구소 등이 생쥐·돼지·붕어 등을 통해 실험을 거듭한 결과 환경오염만이 아니라 인체에도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온 지 오래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합성세제는 발암물질에 상승작용을 할 뿐 아니라 최기형성의 작용, 간기능 장해 등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인데 이 사실은 서독·일본의 병리학연구「팀」에 의해 학문적으로도 속속 입증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성 중성세제가 피부에 대해 심한 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 주부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려진지 이미 오래이며, 중성세제의 사용으로 피부가 거칠어지고 습진이 생기며, 때로는 손톱이 변형되는 일조차 있기 때문에 오늘날 대다수 가정에서는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고 빨래를 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미·일 등에선 주부의 4할이 피부장해를 호소하여, 한 조사로는 7할이 사용에 불안을 느끼거나 이의 사용을 중지,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채소·식기 세척용 세제에 반드시 「핸드·케어」(손의 피부조심)라는 경고가 붙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선진 제국들은 이게 경성세제(ABS)의 제조 및 사용을 금지하고, 그 대신 연성세제(LAS)로 대체해 가고 있는 중이며, 그 결과 서독의「루르」강 등은 오염도가 현저히 줄어 든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그 같은 연성세제 역시 용해나 여과가 힘들어 WHO(세계보건기구)의 권장기준(0·2PPM)을 유지하는 일은 무척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환경 전체에 대해 이처럼 큰 공해를 몰고 올 뿐 아니라, 개인들의 건강에도 극히 유해한 경성합성세제의 독성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이제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단계에 이른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경성세제를 반드시 연성세제 생산으로 전환시키도록 법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외국의 경우처럼 제품마다에 유해성을 경고 표시케 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도 합성세제의 남용을 억제하는 동시에 합성세제 대신 비누를 사용토록 하며 부득이 합성세제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도록 하고 채소·과실·식기는 액체세제 아닌 깨끗한 물로 씻도록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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