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음색…황홀한「하모니」|내가 본『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현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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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여름 독일 남소「스위스」국경지대에 있는「프라이부르크」에서 학교를 마치고 벼르던「스위스」여행 했다.
「제네바」호숫가(「레만」호라고도 한다)를 찾았을 때 마침「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가 상임지휘자「자발리쉬」의 지휘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오후4시「로잔」성당에서 연주회가 열렸다.
「스위스」는 모든 것이 시계처럼 정확하고 완전하며 깨끗이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는데「스위스…」의 연주의 현란함과 완벽함·섬세함에서도 그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유럽」의 다른「오키스트러」에 비하면 별로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으면서도「스위스…」가 오늘날 세계 1급「오키스트러」가 된 것은 1908년 창설 당시부터 67년까지 지휘자로 활약해 온「앙세르메」의 탁월한 노력 때문이었다.
2차대전시 전화로 시달리던「유럽」에서「스위스」로 피난 온「프랑스」·「이탈리아」·동구의 1급 연주가들을 발탁하여 연주 수준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 올렸다.
「앙세르메」는 특히「프랑스」인상파 음악가인「라벨」「드뷔시」의 해석가로 이름나 있고「스위스…」의 이들 작품 연주「레크딩」은 최고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날의「프로그램」은「브람스」의『「심포니」1번』과「라벨」의『라·발스』그리고「스위스」현대 작곡가의 작품이었다. 지휘자「자발리쉬」는 누구보다도 독일 적인 해석가로 느껴졌다.「브람스」연주에서 그는 과장함이 없이 깊이 있고 견실하며 북부독일 작곡가인「브람스」특유의 어두운 듯 하면서도 내면적인 세계로 청중을 이끌어 갔다.「자발리쉬」는 각 「파트」의 깨끗하고 정확한 음을 모아 커다란 하나의 흐름으로 통일성 있게 이끌어 나갔다. 목관악기들의 투명하고 변화 있는「톤」과 완전히 조정된 음정으로 이루어지는 화음은 황홀함 그것이었다.
종래의「라틴」적인 발랄하고 다양한 색채감이 특징이었던 이「오키스트러」는 지휘자「자발리디」를 맞아「바흐」「베토벤」등의 고전과「바그너」「R·슈트라후」등 독일 낭만음악으로 그 영역을 넓혀 갔다.
「라빌」의「라·발스」연주에서는 물고기가 제물을 만난 듯 각 현「파트」와 목관악기·금관악기 군들이 안개가 자욱한 듯 신비스런 분위기의 낮은음으로 시작하여 강렬한「다이내믹」함과 색채감으로 시시각각 변화해 갔다.
연주가 끝났을 때 나는 거의 정신을 잃다가 깨어난 듯 좀 체로 그 감동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는 11월11일과 12일 중앙일보·동양방송 초청으로 한국에 오는「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의 황홀한 연주를 다시 한번 기대한다. <필자=서울대음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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