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감기를 달고 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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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감기에 걸렸는데 왜 또 감기에 걸렸을까. 일반적으로 한 계절에 두 번씩 감기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겨 체내 면역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감기는 독하다. 감기가 나은 직후 다시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충분히 쉬고 약을 먹었는데도 낫질 않고 악화한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감기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첫째 이유는 감기 바이러스의 변신이다. 바이러스는 코안→인두(입안과 식도 사이)→후두(기관 입구)→기관지(기관과 폐 사이)를 거쳐 체내에서 활성화한다. 주로 콧속 점막에서 증식해 목구멍 뒤쪽에 있는 아데노이드라는 림프샘을 타고 온몸으로 이동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기침·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를 한 번 앓으면 우리 몸에는 면역력이 생긴다. 쉽게 말해 적의 정체(감기 바이러스)를 파악한 아군이 적을 무찌를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도 꾀를 부린다. 몸을 변신시켜 전혀 다른 바이러스 형태로 공략한다.

둘째는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200종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같은 감기지만 면역체계 입장에서는 200여 종의 다른 질환인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흔한 감기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다. 감기 환자의 30~50%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감기가 낫기 전에 체내 면역력이 없는 다른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감기 증상이 심해지거나 재발하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최성호 교수는 “감기를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기지만 사람이 밀집한 곳에 드나들면 다른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에 이차 감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기 백신이 딱히 없는 것도 이렇게 바이러스의 변화무쌍한 특징 때문이다. 감기의 이차 감염이 느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면역력이 저하돼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는 데다 내성을 가진 강력한 바이러스가 늘고 있어서다.

감기의 이차 감염 예방 역시 기본 수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을 자주 씻고 실내 공기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한다. 충분한 휴식으로 체내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감기가 2주 이상 지속하거나 악화하면 폐렴으로 이환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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