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괴, 사설탐정까지 동원, 항구·역 뒤졌으나 못 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괴의 「핀란드」대사관 운전사와 「스웨덴」 대사관 외교관 등 2명이 「헬성키」경시청과 「헬성키」 주재 모서방 국대사관에도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에 「스웨덴」으로 탈출했다고 「핀란드」와 「스웨덴」의 모든 신문이 보도, 또 하나의 「미스터리」로 떠 올랐다.
지난주 「스웨덴」의 한 신문이 이들 2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도했으나 「핀란드」의 신문들은 일제히 납치가 아닌 자진 망명으로 보도했다. 「헬성키·사느마트」지와 「이타·사느마트」지의 보도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헬싱키」에서 실종됐다는 2명의 북괴대사관원은 납치된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탈출했다.
이들은 지난 4월말 「헬싱키」 남쪽 항구에서 「실자린」이라는 호화여객선을 타고 「스웨덴」으로 도망쳤다. 이들이 사라진 직후 「헬성키」의 북괴대사관은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사설탐정까지 동원했으며 심지어는 남쪽 항구와 기차역, 공항에 파수꾼을 쫙 깔았었다.
이들이 「핀란드」에서 영주허가를 얻기 전에 사라져버린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괴공관의 마약, 주류, 담배 밀수조직 속에서 깊숙이 활동하다가 변심, 『국가사업보다는 개인사업』 위주로 대사관에 갖다 바쳐야할 돈을 자기 주머니 속에 챙겨 넣은 후 탈출한 것으로 추측된다.
북괴대사관이 이들을 체포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하려했던 이유가 바로 대사관 밀수가 폭로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핀란드」내무성과 보안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헬싱키」 경시청 외사과장은 이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받았다. 지난 4월27일 하오5시 「이르키」라는 「헬싱키」의 사설탐정은 북괴대사관요원의 방문을 받았다. 이들은 처음에 일본인으로 가장했다.
이들은 북괴대사관 대변인이 수권과 「핀란드」말을 전혀 못하는 대리대사 장대희였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들은 『실종된 2명을 찾으려고 한다』면서도 그 2명이 누구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조차도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다.
사실탐정 「이르키」가 『당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야 내가 일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자 이들은 「핀란드」칭찬을 장황히 늘어놓은 뒤에야 『도망친 2명의 대사관 요원을 찾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르키」탐정은 『오히려 「핀란드」당국에 의뢰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여하간 무슨 일인지 일단 알아 보기는 하겠다는 약속했다.
다음날 하오 「이르키」는 내무성에 전화로 이 사실을 문의했을 때 내무성은 2명의 북괴외교관이 밀항해서 도망쳤다고 말해 주었다.
조금 후 전날의 두 북괴대사관원들이 다시 「이르키」를 찾아왔다.
「이르키」는 그들이 찾고있는 2명이 이미 「핀란드」에서 빠져나갔다는 내무성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북괴외교관들은 수사비가 얼마냐고 물었다.
이들은 돈이 없어 현금을 지불 할 수는 없지만 대신 선물을 주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얼마 후 도자기 항아리를 가져왔는데 별로 값어치가 없는 것이었다.
북괴공관원 2명이 「헬성키」경찰에 망명을 요청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지난 4월말 토요일. 「헬싱키」경시청에 일본인 같은 2명이 나타나 「핀란드」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엇에 쫓기는 듯 몹시 성급히 굴었다.
이들은 주말을 넘기면 안된다고 말했으나 경찰은 휴일이었기 때문에 적절히 손을 쓰지 못했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 경시청 외사과는 북괴대사관 운전사와 한 외교간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아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지시를 누가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틀 전에 망명을 요청했던 일본인으로 행세한 자들이 결국 북괴대사관이 눈이 벌겋게 되어 찾고 있는 실종 인물로 밝혀졌다.
이를 조사한 경찰 문서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다. 경시청은 이들 .2명이 배를 타고 사라져 버린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은 모 대사관에 나타나 망명을 요청한 사실도 알았는데 이대사관은 2명의 북한인을 일본 적군파로 오인했다고 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이들은 「헬싱키」 남부 항구의 여권검사소를 무사히 빠져나가 여객선에 승선해 북괴대사관의 수색망을 피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북괴의 대사관의 검청색 「벤츠」차는 남부 항구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도망간 2명이 「스웨덴」이나 제3국에서 도피처를 발견했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