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부활절의 레퀴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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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04면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곡을 말합니다. 라틴어로 ‘안식(安息)’이란 뜻이죠. 여러 작곡가가 레퀴엠을 만들었지만 W A 모차르트의 미완성 곡을 최고로 칩니다. 그는 발제크 백작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작곡에 들어가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1791년 서른다섯의 나이로 눈을 감죠. 아마 영화 ‘아마데우스’ 의 한 대목을 떠올리시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그가 죽고 나서 제자인 쥐스마이어는 모차르트의 메모를 토대로 곡을 완성합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이런 가사로 시작하죠.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옵소서 / 그들 머리 위로 끝없는 빛을 비춰 주시옵소서 /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너무나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운 주말입니다. 적지 않은, 특히 어린 생명들이 또다시, 어이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저 애통해할 따름입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듣습니다. 칼 뵘과 빈필이 들려주는 ‘레퀴엠 D단조(K.626)’의 무거운 곡조가 가슴을 후벼파듯 파고듭니다. ‘키리에(Kyrie·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에 이어 ‘라크리모사(Lacrimosa·눈물과 한탄의 날)’에 이르면 더욱 먹먹해집니다.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부활절 아침에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 허탈하고 무섭습니다. 부디 평안한 곳에서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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