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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번지려나 북괴공관의 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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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괴대사관은 마약밀매단에 불과했다. 외교적인 특권을 악용하여 술·담배 및 마약을 암거래한 혐의로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북괴대사관원이 전원 추방된데 이어 「스웨덴」에서도 같은 혐의가 밝혀지고 「핀란드」주재 북괴외교관들에게까지 의혹이 확대되어 외교사상 전례없는 충격과 경악을 주는 가운데 북괴의 망신외교는 국제적 외교「스캔들」로 번지고있다. 북괴대사관의 마약·담배·술 밀매에 대해 당사국 언론들은 이 해괴한 사건을 연일 1면 머리기사로 다루고 있으며 전 「유럽」은 평양추문 때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북괴대사관들이 외교공관 아닌 밀수조직단으로 전락한 것은 배후에 그들의 심각한 위기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첫째 대외부채 등 외환고갈로 인해 평양이 각 공관에 송금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관경비를 밀수수익금으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둘째 「코펜하겐」의 친북괴인사 「피터슨」이 사회기관지에 밝힌 것처럼 광고료가 지독히 비싼 서구의 신문에 김일성 선전광고를 내기 위한 경비조달수단으로 이 짓을 했다는 것이다. 셋째 김일성에게 진귀한 물건을 진상하기 위한 비용의 염출, 넷째 김일성 궁전을 짓는데 각 공관에 헌금을 배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치된 견해는 평양의 지령 없이는 북괴외교관들이 마약밀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점에서 이번 사건은 북괴의 3공관만의 일이 아니라 전 공관의 조직적 범행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각 북괴공관의 밀수수법은 비슷하다. 밀수 반과 판매 반으로 나뉘어 활동했는데 밀수 반은 대마에서 뽑아낸 「해쉬쉬」를 대량으로 주문해 대사관에 감춘다. 판매 반은 친북괴인사들을 중심으로 비밀이 새지 않을 만한 고객을 골라 시중가격보다 약간 싸게 팔아 넘긴다.
「덴마크」경찰은 정보기관과 합동으로 지난 1월부터 「이집트」의 「카이로」공항에서 2명의 북괴외교관이 마약 2백㎏을 반입하다 발각됐다는 외신보도이후 내사에 나섰다는 것.
「덴마크」세간원들은 북괴외교관들이 개별적으로 주문한 면세 술·담배의 양이 엄청나다는 점에 의혹을 더욱 가졌다.
경찰은 정보기관을 봉해 이들 북괴대사관원들이 정기적으로 마치 간첩이 접선하는 식으로 은밀히 만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했으며 수사단계에서 「노르웨이」와 「스웨덴」경찰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부채문제가 걸린 「스웨덴」의 귀추가 주목되며 「덴마크」도 차관을 주고있어 『비록 부득이 추방하지만 평양과의 관계만은 계속 유지를 희망』한다는 발표에서 고심을 짐작케 한다.
「핀란드」 「헬싱키」의 한 외교소식통은 전화회견에서 『무엇인가 당국이 포착한 것 같다. 금명간 터질 것 같다』고 전해 북괴외교 「스캔들」은 더욱 확대될 기세다.
그러나 12명의 대규모 외교관들을 두고있는 「파리」의 북괴공관은 아직 미 수교상태의 무역대표부로서 면세특권이 없기 때문에 이 짓을 하기 힘들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나 알 수 없다는 설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대사 진충국(「스위스」대사 겸임)밑에 8명의 부하가 있는 북괴 「제네바」대표부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전문이다.
4명의 공관원이 있는 「베를린」대사관도 「스위스」외교가의 주시를 받고있으나 아직 아무런 동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한 소식통의 밀이다.
「체코」주재 대사 이원범이 겸임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도 신문보도만 있으나 논평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현재 「헬싱키」주재대사장 대회가 가장 발등에 불 떨어지기 5분전이라는 말이 공통적이다.
「파리」에서 발간되는 「헤럴드·트리뷴」지는 북괴가 「카이로」·인도·「말레이지아」 등에서도 추악한 행위를 하고있다고 보도한 것을 미루어 봐도 이번 사건은 비단 북구자국의 사건만이 아닌 전세계적 규모의 범행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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