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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불량률 1%, 깐깐한 엄마들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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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서 살아남으려면 생산성과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밖에 없어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가 우리에겐 보약이 된 셈입니다.”

 유한킴벌리 최규복(58·사진) 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4개국 글로벌 킴벌리클라크 공장들 중 한국 대전공장이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최저의 불량률을 자랑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기저귀를 예로 들어보자. 유한킴벌리는 1983년 출시 이후 국내용 하기스 제품을 45차례나 개선했다. 소비자 패널인 1만여 명 한국 엄마들이 ‘얇으면서 흡수가 잘되고, 바람도 잘 통하고, 편안해야 한다’고 깐깐한 요구를 쏟아낸 덕분이다.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중 규격 외 제품은 1% 미만인 데 비해, 다른 나라 공장은 5% 수준이다. 한 설비가 시간당 생산하는 기저귀 양도 5만4000개로 34개국 공장 중 최고다.

 최 사장은 “ 생산의 질을 높인 현장 교육 시스템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유한킴벌리는 공장의 3조3교대 근무를 1994년부터 4조2교대로 바꿔 고용을 25% 늘리고, 늘어난 쉬는 시간을 휴식과 교육에 투자했다. 최 사장은 “혁신과 창의성은 경영이나 마케팅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며 “공장 현장 근무인력에게도 1년에 200시간을 교육에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이 2010년 취임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는 “연 200시간 중 직무교육은 절반에 그치며, 나머지 절반은 감성과 창의력 키우기, 팀워크 형성 등에 할애한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같은 설비라도 어떻게 생산공정을 개선해 효율화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터져나왔다. 글로벌 본사의 “똑같은 설비인데, 한국의 생산성이 왜 유달리 높을까”라는 의문에 대전공장 견학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 경험으로 숙련된 한국의 현장 인력들은 현재 40여명 넘게 글로벌 킴벌리클라크 공장에 ‘인재 수출’돼 있다. 중국 제조 분야 총책임자, 싱가포르 공장장 등이 모두 한국 유한킴벌리 출신이다. 최 사장은 호주 잉글번 공장을 예로 들었다. 이곳은 지난해 ‘캥거루 프로젝트’라는 유한킴벌리 공장 따라잡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전공장 유아용품 생산부서장이었던 이승현 부장이 2년 임기로 올 2월 파견되자마자 한 달 만에 4.5% 내외였던 규격 외 제품 생산 비율이 3.1%로 낮아졌다.

 뛰어난 국내산의 품질 덕에 해외 수출도 잇따르고 있다. 하기스·디펜드 등 킴벌리클라크 브랜드지만 모두 한국서 만든 제품들이다. 2009년 1762억원이었던 유한킴벌리의 수출은 지난해 236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기저귀는 선진국인 영국·이탈리아에 지난달 처음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 일본에도 수출을 추진한다. 54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아기물티슈 설비도 추가했다. 일체의 바깥 이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는 밀폐형 멸균 시설이다. 한국을 넘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설비를 늘린 것이다. 아기물티슈는 이미 호주·뉴질랜드·중국·싱가포르에 수출 중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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