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늦은 결혼 … 유방·난소암 늘고 자궁암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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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출산율 2.1명이 무너진 이후 저출산(2013년 출산율 1.19명)이 심화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여성 암의 지도가 바뀌었다. 유방·난소암은 늘고 자궁경부암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다만 자궁경부암은 20, 80대에서 늘고 있다. 이런 암에 20~40대 여성이 노출되면 여성성 상실로 이어져 저출산과 만혼(晩婚)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진다.

 한 달 전 난소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손모(33·일러스트레이터)씨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씨는 “일에 집중하느라 결혼을 늦췄다”며 “늦은 결혼과 출산 이력이 없는 점이 난소암의 위험요인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7개월간 만난 남자친구와 막 결혼을 생각하려는 찰나에 이런 일이 생겼다”며 “결혼뿐만 아니라 임신·출산이 몇 년 늦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유방암과 난소암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되면서 생긴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은 “에스트로겐이 왕성하게 분비되기 시작할 때가 2차 성징 시기인데, 이게 서구처럼 점차 빨라져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기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더욱이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임신과 모유 수유가 줄고 이 때문에 에스트로겐에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99년 인구 10만 명당 유방암 환자는 24.5명에서 2011년 50명으로 2배가 됐다. 같은 기간 난소암은 5.5명에서 6.2명으로 1.1배가 됐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18%, 난소암 환자의 32.4%가 저출산 현상(출산 감소, 고령 출산, 모유 수유 감소) 때문에 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같은 기간 37.1% 줄었다. 인천성모병원 김용욱(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돼 발병한다. 이 바이러스에 위험인자가 보태져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출산”이라며 “자궁경부(입구)는 출산을 하면서 자극을 받아 변형되는데, 그게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애를 덜 낳으니 자궁 자극이 줄어 암 발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만 20대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가 99년 2.7명에서 2011년 3.8명으로 늘었다. 50대가 43.2명에서 24.5명으로 주는 등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삼성서울병원 김태중(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여성의 성접촉이 늘어나면서 HPV에 감염되는 경우가 증가하는 데다 성관계 시작 연령이 어려진 탓”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20~30대 미혼 여성들은 자궁경부암 검사에 신경을 덜 쓴다. 지난해 초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유모(33·여)씨는 “출산 직후 산부인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다 우연히 암을 발견했다”며 “미혼일 때는 산부인과 가기가 꺼려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은 “자궁이나 난소를 적출해 암을 치료한다고 해도 임신을 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며 “자궁암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들이 젊어서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적인 부인암 검사를 받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이민영 기자
◆국립암센터·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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