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 돼가는 대학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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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대문화 유물에 대한 발굴작업이 본격화한 70년대 이후 각 대학의 박물관은 시대별, 흑은 유물별로 전문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강유역 선사유적지(서울대) ▲충남·북 일대의 구석기생활 거주지(연세대) ▲불교 사지 및 유적지조사(동국대) ▲민속품수집(고려대) ▲개와에 대한 종합학술조사(단국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같은 경향은 여름방학을 이용한 금년도 발굴에서도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68년부터 공주 석장리, 제천 점말동굴의 구석기 유적지를 발굴한 연세대는 금년에도 충북청원의 석회암동굴에서 약 20만년전의 동물 뼈와 뼈로 만든 연장 등 2백여점을 발견했다. 연세대의 구석기유물은 약 12만점으로 전체 소장유물의 9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구석기에 관한 한 전문박물관이 되고있다.
서울대 박물관은 한강유역의 신석기유물이 중심. 여주 흔암리 유적지를 비롯, 서울 암사동에서 신석기시대 주민의 생활거주지를 발견, 수백점의 석기를 수습했다. 금년 여름방학에도 한강유역의 잠실지구 조사를 계속, 신라토기 고배를 발견하기도 했다. 서울대 박물관이 소장중인 신석기유물은 전체의 3분의1 정도로 3천여점을 보관하고있다.
종립학교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동국대는 불교사지와 유적을, 숭전대는 초기 기독교유물을 대량수집, 보관하고 있다. 특히 동국대 박물관은 소장유물 대부분(95%이상)이 불교조각(1백70점), 건축(4백여점), 회화 및 공예(3백여점), 금석품(1백여점)등 불교와 관계를 가진 유물들이다.
금년들어서도 강화 선원사지(팔만대장경을 보관했던 곳)등을 계속 발견, 불교유적지를 확인하고 있다.
숭전대는 국내최초의 한글역 성경을 비롯, 2천여점의 기독교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대와 단국대는 도자기와 개와를 각각 특색 있게 갖추고 있다. 이대의 경우는 토기·도기제품이 4천5백여점으로 전체유물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선사토기·고려청자·이조백자가 골고루 소장돼있어 토·도기의 전문박물관이 되고 있다.
금년여름에도 양양 진전사지를 발굴, 50여종의 기와를 수집한 단국대는 2천여점의 각종 옛 기와가 소장유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단국대는 이들 기와를 연화문·당초문·명문와 등으로 분류, 한국기와를 체계화하고 있다.
성균관대도 역시 유학과 관련된 유물을 중심으로 수집에 착수하고있다.
이같은 각 대학박물관의 한가지 유물에 대한 전문화 경향에 대해 학계에서는 일단 긍정을 하면서도 몇가지 문젯점이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김원용 교수(고고학)는 발견된 유물이 대학박물관 자체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누구든지 대학박물관에 가면 발견유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대학의 경우 관계연구자가 찾아가도 배타적인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우 발견유물은 발견자의 독단적 해석으로 흐를 폐단이 많기 때문에 유물을 공개, 함께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정배 교수는 대학박물관이 한 시대나 종류에 대한 전문화 이전에 학생들에게 교육적 자료가 되는 기초유물의 수집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각 대학 박물관장의 관심분야가 유물의 전문화와 직결된 현재의 상태는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시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교환전시로 교육적 효과를 거두도록 제안했다. 진홍섭 교수(이대)도 구석기는 A대학, 신석기는 B대학식으로 박물관의 전문화는 연구의 심화를 위해 바람직스럽지만 유물을 연구할 수 있는 전문요원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연구요원의 확보 없이 유물만 계속 발굴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임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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