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진 범죄…지문을 안 남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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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범죄 현장에서 지문(지문) 채취가 거의 안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주고있다.
최근들어 범죄자들은 지문을 범행장소에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끼거나 손에 붕대감기, 심지어 10개 손가락 끝 부분에 반창고나「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범행, 경찰의 과학수사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서울시경 집계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6윌말 현재 서울시내에서 발생한 총1만5천7백 여건의 살인·강도·절도사건 중 범죄현장에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한 것은 겨우 3.6%인 5백66건뿐이다.
또 채취한 지문으로 범인검거에 도움을 준 것은 25건.
범죄수사에서 가강 기본적이며 수사의 출발점인 지문채취가 이같이 어렵게 된 것은 지난해 실시된 주민등륵증 일제경신 때 18세 이상된 모든 사람이 지문을 등록했고 그동안「매스컴」망을 통해 지문의 중요성이 널리 소개돼 범죄자들이 『지문을 남기면 검거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달 5일 발생한 여자운전사 살해「택시」탈취강도 사건에서도 범인들은 장갑을 착용, 「택시」에 지문을 남기지 않았고 제2 피해자 이병일씨 (44·여)의「핸드백」에서 현금을 뺏은 후「핸드백」겉면에 묻은 지문을 장갑으로 문질러 지웠다.
또 「택시」탈취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김광의(29)도 공범 장후덕(29)과 함께 6월30일∼7월29일 사이 한 달간 서울시내에서 6번이나 강도질을 하면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10개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민가에 침입, 범행을 했다는 것.
전과자인 이들은 장갑을 끼고 범행을 하다보면 무의식중에 장갑을 벗게돼 지문을 남길 우려가 있어 반창고를 손가락에 감았다고 했다.
6월9일 서울 중구「아스트리아·호텔」암「달러」상 살해사건 현장에서도 범인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목격자들에 따르면 40대로 보이는 범인은 왼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범행 후 손에 감았던 붕대(길이 1m·폭4㎝)를「호텔」405호실 휴지통에 버리고 갔다.
7월7일 낮12시쯤 서울 관악구 봉천2동 41의525 박성수씨(33) 집 가정부 이건희양(15)을 쇠망치로 때려죽이고 현금 3만원·「카메라」1대 등을 훔친 고교1년생 백모군(16)도 쇠망치 손잡이에 수건을 감았으며 박씨집 장롱 등 손이 닿은 곳은 모두 물걸레로 닦아 지문을 없애고 달아났었는데 백군은 경찰에 검거된 후「텔레비전」연속극이나 만화 등에서 범죄 후 지문을 없애야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진술하기도.
서울시경 현장감식반장 이삼숙경위는『작년까지만해도 범죄현장에서 70%이상 지문을 발견, 채취할 수 있었다』면서 지문채취가 어려워 유류품 채취·정밀현장관찰 등에 한층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지문을 이용한 범죄수사에서는 전과자일 경우 지문 1개만 채취하면 신원을 파악할 수 있고 초범인 경우 4∼5개의 연결성 있는 지문만 채취하면 개인식별이 가능하다.
나무나 종이류에 남은 지문은 2,3일 후면 자연소멸 되지만 유리나 철제「캐비닛」「호마이카」등에 생긴 지문은 20여일 동안 채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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