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카터 첫 정면대결-23일 시작될 미 대통령 두 후보의 TV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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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혹시 지미·카터 후보가 11월의 선거에서 낙선한다면 포드와의 TV토론이 큰 패인으로 꼽힐 것이다. 포드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우리도 1960년의 케네디, 닉슨같이 TV토론을 가져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자』고 대담한 도전을 카터에게 던지고부터 11월 선거는 그 토론으로 앞당겨진 듯이 후보들도 흥분하고 신문과 방송들도 들떴다.
이번 TV토론은 주한미군에 대해 카터가 단계적인 철수를 주장하고 있고 포드가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어 이 문제가 쟁점중의 하나로 취급될 것이 확실, 우리의 관심을 끈다.
현직대통령이면 대외정책과 국방에 관한 완벽한 자료를 장악하고,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전문가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 이점은 카터가 하루 이틀의 벼락공부로는 따를 수가 없다. 그래서 포드는 크게 자신이 있다.
반면에 카터의 약점은 좀 심각하다.
카터는 도전자의 입장을 살려서 토론에서 적극공세를 취해야한다.
그러나 공세가 지나치면 유권자들은 현직대통령에 대한 카터의 무례를 응징할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다. 카터가 『대통령자리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공격적인 토론을 벌이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구차한 처지를 의식하고 하는 말이다.
현직대통령이 반대당후보와 토론을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하고 대통령후보들끼리의 대론전의 막간에 부통령후보들의 토론이 있는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포드가 예상을 뒤집고 로버트·돌 상원의원을 부통령후보로 선정한 것도 모두가 토론까지 염두에 두고 한 일인 것 같다.
돌은 연설과 토론에서는 여우같은 솜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월터·몬데일 상원의원 역시 험프리 문하생으로 토론이라면 물러설 줄을 모르는 사람이다.
양쪽은 토론의 주제와 장소·시기에까지 자기편에 좋게 하려고 신경을 썼다.
외교정책과 국방에 특히 강하다고 믿는 포드는 첫 토론을 외교정책과 국방으로 하되 그것도 워싱턴에서 9월에 일찌감치 하자고 제안했고 카터는 포드의 홈·그라운드라 할수 있는 워싱턴 아닌데서 9월말에 주제 없는 자유토론을 갖자고 나섰다.
결국 양측 협상대표들은 2주일동안 두 차례 회합을 가진 결과 첫 토론은 국내정책 및 경제문제, 두번째 토론은 외교정책과 국방, 세번째 토론은 주제 없는 자유토론으로 하고 장소는 추후 결정, 시간은 포드가 2주일, 카터가 5일 양보하여 9월23일로 낙착됐다.
부통령후보들은 두번째와 세번째 토론의 중간에 토론을 갖는다.
토론방식은 대체로 60년대의 토론을 닮았다.
그러나 그때같이 3대주요 텔리비젼 방송망이 토론을 주관하지 않기 때문에 텔리비젼·스타들의 쇼맨쉽이나 낭비적인 군소리가 이번에는 없다.
이번 토론은 여성유권자연맹이 주관한다. 여성유권자연맹이 선정하는 한 사회자와 3명의 기자가 포드와 카터에게 질문을 한다.
포드나 카터가 답변을 하면 상대자는 거기에 대해서 반박을 할수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질문하는 기자들을 거쳐서 갑론을박하기 때문에 직접토론은 아니다. 토론현장에는 여성유권자연맹이 선정하는 방청객이 앉아있지만 박수는 금지된다. 박수부대 등장의 위험을 없애기 위함이다.
이런 토론이 과연 지금 기대하는 대로 포드와 카터 두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노출시키고 양당 선거강령의 간판 뒤에 숨은 문젯점을 지적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런 토론이 일방적인 선거연설이나 선전광고보다는 유권자들에게 현실적인 판단자료를 제공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이 토론이 성공하면 앞으로의 대통령선거에서 토론이 관례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올해의 토론은 역사적이다. 【워싱턴=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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