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유럽 가뭄 1년째 농작물이 타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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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벨기에와 독일변경, 그리고 북부 프랑스에 많은 비가 쏟아지고 영국에도 뒤이어 폭우가 내렸으나 가뭄피해를 막기엔 이미 늦었다. 그나마 극히 일부지방에 국한됐을 뿐 나머지 유럽지역은 타는 듯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l0월 이후 1년간 계속되고 있는 가뭄은 특히 북부유럽의 농업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조기재배 곡물의 수확은 5분의 4를 상실했고 북부유럽 전체의 사료가격은 두배로 뛰었으며 어떤 지방에선 가축수가 4분의l로 줄어들기도 했다.
지난 일은 그렇다치고 더 큰 걱정은 가뭄이 올 겨울까지 계속될 조짐이 짙은 것이다.
그 동안의 강우량을 보면 벨기에·북부 프랑스·영국의 런던부근 등이 예년의 평균치에 비해 5분의2에 불과했고 그밖의 유럽 대부분지역에서는 약 절반밖에 오질 않았다.
이 때문에 쓰는 물의 3분의2를 라인강에 의존하고있는 화란의 경우 그 지역내 라인강물 수위가 평상시보다 40% 떨어졌는가하면 바닷물이 육지로 스며들어 물에 염분이 많아졌다.
그뿐 아니라 운하와 수력발전도 큰 타격을 받아 운하를 통한 수송량과 발전량이 격감했다.
일부지역에서는 물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급수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물 사용 제한 법까지 제정할 움직임이 있다.
올해의 가뭄이 심각한 것은 당장 농작물 등에 끼친 피해문제에 그치기보다는 땅속 깊이까지 수분을 고갈시킨데 있으며 그 때문에 앞으로 가뭄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상에서 수증기가 올라가 그것이 비구름으로 뭉쳐 비가 오게 마련이라면 유럽지역에선 수분고갈로 증발할 수증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가을과 겨울에도 큰비가 내릴 것 같지가 않다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유럽의 가뭄원인은 아무도 정확히 모르지만 여하튼 북극의 변화, 화산활동, 태양주기, 공해 등 여러가지 설이 전문가들 사이에 분분하게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가뭄피해로 인한 농작물의 감수는 마침 미국 캐나다 인도 등 곡물 대량생산지역의 풍작 때문에 세계적인 수급면에서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미국 농무성측에서는 EEC지역의 올해 곡물생산량이 계획보다 13% 미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수확을 해보니 그보다도 훨씬 떨어지고 있다는 농민들의 반응이다.
유럽의 흉작을 미국 등 다른 지역의 풍작으로 커버한다고는 하나 그것자체가 유럽의 농민들에겐 또 하나의 타격이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어쨌든 미국 농무성의 전망으로는 올해 미국에서만 1억6천6백만t의 옥수수와 5천5백만t의 밀을 수확, 기록적인 풍작이며 캐나다도 작년의 1천7백만t에 비해 5백만t이 더 많은 2천2백만t의 밀 생산을 예상하고있다.
인도 파키스탄 뱅글라데쉬 아르헨티나도 작황이 좋고 작년에 2천8백만t의 곡물을 수입했던 소련도 올해목표 2억5백만t의 초과생산을 낙관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의 흉작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적인 밀값은 오히려 하락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유럽을 핥고있는 가뭄이 세계적인 식량파동으로 상승 악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긴 하나 가뭄이 이번 겨울에도 계속되면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 이코너미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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