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느티나무·참나무가 토종 나무 대표랍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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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경판에 불교 경전을 새긴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나무 문화재다. 그뿐만 아니라 절의 건물, 부처의 불상도 나무 문화재에 해당한다. 목재조직학을 전공하고 나무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온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를 박은규(서울 상암초 6)·장창희(경기도 용인 대덕초 5) 학생기자가 인터뷰했다.

-(장창희, 이하 장) 목재조직학이란 어떤 공부이고 언제부터 이 연구를 시작하셨나요.

“목재조직학보다 나무 세포학이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의사가 인체해부학을 배우듯 나무도 그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배우는 공부죠. 예를 들어 고고학 발굴지에서 나무 문화재가 나왔다 치죠. 작은 나무 표본을 현미경으로 보고 대략 1000종 가까이 되는 우리나라 나무 자료와 비교해 어떤 나무인지를 가려냅니다. 1963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전공분야에 몸담았으니 햇수로만 50년 넘게 나무 연구를 해온 셈이네요.”

-(장) 가장 기억에 남는 나무 문화재 연구는 무엇인가요.

“백제 25대 무령왕릉의 관재가 ‘금송’이란 것을 밝혀낸 일입니다. 1971년 7월 충남 공주 송산리 고군분에서 무령왕릉이 발굴됐어요. 수많은 유물 중에 임금과 왕비의 시신을 담은 나무관도 나왔고요. 20년 뒤 무령왕의 관재 조각을 입수해 연구를 하게 됐어요. 그 결과 일본에서 자라는 금송이 관재에 쓰인 것을 알게 됐죠. 금송은 건물이나 배를 만들 때 쓰였던 재료로, 편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예요. 우리나라에서 금송은 일제강점기 이후 심기 시작했죠. 즉 1500년 전 백제가 일본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자료인 겁니다. 실제로 무령왕은 일본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관재를 일본에서 만들었든 단지 재료만 제공했든, 다른 나라 왕을 위해 관재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양국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박은규, 이하 박) 궁궐이나 사찰을 지을 때는 비에도 잘 견디는 나무를 써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나무를 써야 하나요.

“가장 많이 쓰인 것은 소나무입니다. 소나무의 재질이 제일 좋아서가 아닙니다. 조선왕조가 들어서며 소나무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소나무가 많아진 이유는 평안도에서 전라도를 잇는 한반도 서부 지역이 정치무대의 중심이 되며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산림이 급격히 파괴된데 있어요. 산림이 파괴되면 다른 나무보다 소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 갖춰집니다. 유난히 햇빛을 좋아하는 소나무는 조금만 빛을 보지 못해도 버티지 못하고 죽습니다. 고려와 삼국시대에는 느티나무와 참나무를 써서 건물을 지었어요.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경남 합천군 해인사의 법보전 건물의 기둥은 모두 느티나무를 썼습니다. 재질로만 본다면 소나무보다 느티나무가 훨씬 좋습니다. 나뭇결이 곱고 벌레가 먹는 일이 적은데다 건조를 할 때 갈라지거나 비틀리는 경우도 적습니다. 또 마찰이나 충격에 강하죠.”

-(박) 오래된 나무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나무 나이를 정확히 아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큰 고목은 더 그렇죠. 보통은 나이테를 보는데 고목은 가운데가 썩어 있는 게 많아 그마저도 알기 어려워요. 참고로 나무는 동물과 달리 몸통의 대부분이 썩고 일부분만 살아 있어도 생이 계속되죠. 궁궐에 있는 고목은 보통 나무의 굵기와 궁의 역사로 나이를 짐작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고목의 수는 약 1만4000그루로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산 두위봉에 있는 1400년 된 주목(천연기념물 433호)이에요. 주목은 수백 년에서 천 년을 넘게 사는 나무죠. 껍질이 붉은빛을 띠고 속살도 유달리 붉어 주목(朱木: 붉을 주, 나무 목)이라 합니다.”

-(장) 한국인이라면 알아둬야 할 토종나무로는 무엇이 있나요.

“일제강점기 이전에 들어온 나무는 토종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매화·자두·앵두·살구·산수유·복숭아·은행나무 등은 모두 일제강점기 이전에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고, 소나무·느티나무·참나무가 바로 대표적인 우리의 나무입니다.”

정리=이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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