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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인근에도 원유 부존 가능성 … 연내 시추공사 시작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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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서문규(62·사진) 사장은 동해-1 10주년의 의미를 “유전 개발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79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한 뒤 35년간 근무한 국내 에너지 개발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세계석유회의 한국위원회 회장과 국내 해외자원개발협회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서 사장과의 일문일답.

-대한민국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로 알고 있었다.
“동해-1 누적 매출이 지난해까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더 중요한 건 이 사업에 참여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현재 해외 유전개발 사업을 석권하다시피한다는 점이다. 시추선을 지어 멀리 남미에까지 공급할 정도다. 해양플랫폼 건설 강국으로 발전했다는 데 동해-1 개발 10년의 의미가 있다.”

-유전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
“에너지 업계에는 ‘유전개발 사업은 유전개발 사업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해저 2000m 속을 개발하려면 플랜트·철강부터 최첨단 컴퓨터 공학, 항공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연관 산업 발전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영국·캐나다·베트남·카자흐스탄 등에서 유전을 운영하면서 생산하고 있다. 유전 자체도 목적이지만 여러 기업이 동시에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

-우리 유전개발 실력은 해외와 견주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단계별로 매우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이를 모두 갖고 있는 기업은 해외에도 없다. 주로 아웃소싱을 하되 오케스트라처럼 각 기술을 한꺼번에 총괄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석유공사가 해외 5개국에서 유전개발을 독자 운영한다는 것은 기술력으로는 인정받은 것이다.”

-동해-1 외에 원유 부존 가능성이 높은 곳은?
“울릉도 인근에서 희망을 갖고 탐사 중이다. 제주도 남해 분지도 광구를 설정하고 탐사하고 있다. 유전개발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장기간 끈기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 연차적으로 계획을 갖고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울릉도 인근은 연내에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서해 분지도 개발해야 한다. 같은 서해인데 중국 쪽 보하이 분지에서는 석유가 많이 난다. 우리나라는 아직 서해 탐사가 상당히 미흡하다.”

-국제사회의 자원 전쟁이 심각하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어떤 나라든 최우선 과제가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게 돼버렸다. 중국은 한 해에 300억 달러씩 투자해 아프리카 등에서 보이는 대로 자원을 사들인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는 결국 각 나라의 공기업 간 전쟁이다. 민간기업은 이익과 단기간의 성과를 추구하지 않나. 그러나 에너지는 리스크도 크고 투자회임기간도 길다.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가 국영기업이나 공기업을 내세우는 이유다. 특히 자원 확보는 에너지 안보와 관련돼 있다. 장기 플랜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해외 유전 개발은 ‘헤징’의 의미도 크다. 유가가 폭등할 경우 국내 기업이 개발해 둔 해외 유전이 많으면 크게 걱정할 게 없다. 국내 직접 비축과 해외 간접 비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자원개발 능력이 곧 국력인 시대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자주 도마에 오른다. 유전개발처럼 리스크가 크고 거액이 드는 일은 경영 합리화와 상충되지 않나.
“해외 메이저사들도 부채 비율이 100~110 %를 오간다. 석유공사는 180%가량인데 이를 2017년까지 157%로 낮추기로 했다. 문제는 돈을 벌어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구조이냐 여부다. 현재 석유공사 이자 보상배율은 1.6이다. 번 돈으로 이자를 갚고도 0.6이 남는다. 재무 건전성이 나쁘지 않다.”

온라인 중앙일보·박태희 중앙 선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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