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가|최기철(생물학·서울대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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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란이후 필요할때마다 한 권씩 사 모은 것이 지금의 내 서가다. 책도 중요하지만 내 서가의 보배는 5만점의 자료와 각종 담수어표본. 자료는 대부분 문헌자료를 외국과 국내여행을 통해 복사한 것과 직접 베낀 것이다.
금년2월말 서울대를 정년으로 그만둔 후 누옥이지만 2층에 한국담수생물연구소를 꾸미고 이들 자료를 밑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우리나라의 담수어생태를 연구할 예정이다.
식물·동물·곤충학 등을 전공으로 하는 학자는 1년중 거의 3분의 1을 야외에서 보낸다. 작년 금강에서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눈불개」룰 발견, 채집할때가 가장 기뻤다. 이 「눈불개」는 현재 담수어표본중 내가 가장 중시하고 연구대상으로 삼고있는 물고기다.
정년퇴직이후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져 한 달에 열흘정도는 강이나 시내에서 연구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요즈음은 15, 16세기 우리나라의 담수어생태를 알기 위해 『동국여지승람』(노사신 등 공저)과 『임원십육지』(서유구 저)등의 고서를 구입, 고기이름, 당시의 생태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특히 서유구는 『전어지』에서 현대 학자보다 더욱 예리한 담수어관찰을 하고있어 내 서가에서 보물같은 서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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