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소르본」대학생들의 고민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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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승려·신부·목사 등의 성직자들은 영성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자기수련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이들이 자기수련의 습성을 생활화하기까지에는 종교적인 가정분위기와 신학교·비구계의 수행을 위해 고행을 통한 철저한 수련과 절제가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들이 20대 초기에 경험한 신에의 소명의식·자기성찰의 습관화는 평생의 수도생활에 근원적인 힘이 되고있다.
그러나 성직지망생이 아닌 많은 수의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사춘기를 지나 인생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도 대화를 통한 자기수련이나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분위기와 여유가 마련돼 있지 않다.

<60여년 전부터 시작>
기껏 할 수 있다면 음주 등을 통해 욕구불만을 해소하거나 좌절하고 만다. 이 결과 평생을 자기수련과 성찰보다는 세속적인 「이」에 더욱 탐닉하는 사회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외국의 경우도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생에 대한 회의와 좌절 때문에 우리의 눈으로는 퇴폐로 보이는 문명거부현상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경우 각종 교과목과 과외생활을 통해 자기절제의 생활은 물론 스스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자세를 갖도록 하고있다.
10여년 동안 「프랑스」에 유학, 수도생활을 했던 박병해 신부(카르멜수도회)는 「소르본」학생회주최로 거행되는 『「샤르트르」로의 행진』이 가장 엄숙한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40㎞정도 떨어진 「사르트르」시는 참모성전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소르본」학생들이 「사르트르」로의 행진을 시작한 것은 1913년부터. 당시 「프랑스」문학을 풍미하던 작가 「샤를·페기」가 아내와 애인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파리」 에서 「사르트르」까지 40㎞를 걸어가 성모성전 앞에서 기도를 드린 후 해결책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후 「페기」는 애인의 아들을 자녀로 양육시킴으로써 파리문화계의 화제가 됐었다.

<5천 여명 학생참가>
그후 20∼30명씩의 대학생이 무리를 지어「사르트르」성당까지 걸어가 고민을 기도하는 것이 「파리」대학생들의 전통이 됐다. 매년 4월이면 「소르본」학생회가 참가자를 모집, 5천 여명의 학생들이 각자 자기고민을 비슷한 친구들과 토론하기 위해 대열에 참가한다.
학생들은 사흘동안을 걸어가며 낮에는 옆의 친구와, 밤에는 공동으로 모여 성경·연애·종교와 정치 등 각종 주제를 중심으로 자기경험의 폭을 넓힌다고 박 신부는 소개했다. 이들의 행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고백하는 기도의식. 행진하는 도중 새벽이면 야영하던 곳에서 일어나 1시간정도 자기문제를 신과 대화하는 기도를 드린다.

<야영하며 신과 대화>
「소르본」 대학에서는 「사르트르」로의 행진이외에 매년 여름·겨울의 방학이 되면 그룹별로 「스페인」국경 「피레네」산에 있는「루르드」의 성모「마리아」 바위로 순례여행을 떠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루르드」의 성모마리아바위는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뜻으로「프랑스」의 유명한 성지. 젊은이들은 물론 노인과 병자들도 많이 찾아온다. 대학생들은 이곳까지 여행, 바위 밑 성수를 마시거나 목욕한 후 1주일 정도의 기도. 자기성장을 위한 인생문제의 토론 등을 실시한다.
특히 이곳에는 「도움의 도시」라는 무료「호텔」이 있어 학생들은 경제적 걱정 없이 자유롭게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밖에「소르본」대학에는 「테제」지방의 젊은이 모임, 「리지유」의 성녀「테레사」유적지 순례 등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고 학교에서도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있다.
박 신부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대화를 통한 인간성숙과 고민해결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적·사회적 여건 때문에 「파리」의 대학생들처럼 행동하기는 어렵지만 존경할만한 은사나 성직자를 모시고 모임을 만들어 자기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방법은 자기수련의 첩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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