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반도 문제 4자 회담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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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키신저」국무장관은 22일 올 가을의 「유엔」총회 기간 중에 한국·미국·중공·북괴가 「뉴요크」에서 한국 휴전 협정에 대한 대안을 토의하는 4자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키신저」 장관은 자신이 「포드」대통령의 지시로 4자 회담을 제의한다고 말하고 회의 절차와 장소 문제를 토의 할 예비 협상을 즉각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키신저」장관은 「시애틀」에서 열린 「로터리·클럽」과 상공 회의소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만일 중공과 북괴가 「뉴요크」를 마땅치 않다고 여기면 미국으로서는 4자가 합의할 수 없는 다른 장소에서 회담을 여는데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키신저」 장관은 4개 당사자 회의를 통해서 휴전 협정에 대한 새로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고, 휴전 협정 자체를 보다 항구적인 체제로 교체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장관은 『북괴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문제는 미·북괴간의 양자 회담을 통해서 토의하자고 제의하고 있지만 그런 제의는 평화를 촉진하기보다는 한국의 고립과 주한 미군의 일방적인 철수를 노리고 현존하는 평화의 법적인 근거를 알맹이 없는 일반적인 협상으로 후퇴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신저」 장관은 미국은 그런 제의를 결코 수락할 수 없다고 말하고, 진심으로 평화를 신봉하는 나라들과 진정한 동맹국가들은 그런 일방적인 제의를 지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키신저」장관은 한국의 존재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토의하는 회의에 한국을 제외하자는 북괴의 제의는 수락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키신저」장관은 또 새로운 체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유엔」사를 해체하는 데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주한 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함으로써 안정의 바탕과 협상에 대한 희망을 뒤집어엎어 버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장관은 한국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재확인했다.
첫째, 미국은 남북한간의 진지한 대화의 재개를 강조한다.
둘째, 북괴의 동맹국들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미국은 북괴에 동일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
셋째, 미국은 남북한의 재통일을 침해함이 없이 남북한이 「유엔」의 완전한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유엔」이 문호를 개방해야 된다는 요구를 계속 지지한다.
넷째, 미국은 휴전협정의 새로운 근거를 협상하거나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의 보다 영구적인 협정으로 대체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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