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평] 경제복원력 키워야 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우리 경제의 복원력은 유지되고 있는가. 태풍 속에서는 배가 기우뚱거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간 후 배가 다시 중심을 잡고 순항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태풍은 참고 견딜 수 있다.

우리 모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정책 이슈다. 최근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는 새로운 정책방향이 결정될 때까지 중요한 기업투자 결정이 미뤄지는 경향이 있다.

이라크 전쟁, 북핵 문제, SK글로벌 분식회계로 대표되는 대내외적 충격으로 주식 외환 금융시장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기에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실물경제의 침체도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다.

*** 예견된 위기는 실현율 낮아

예견된 위기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험적 법칙이기에,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대내외적 여건이 호전됐을 때 경제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경제 복원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환위기는 흔히 단기외채 비중이 과다한 상황에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자본이 유출되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 현실은 비록 단기외채 비중이 최근 높아졌으나 1천2백억 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 규모를 감안할 때 1997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지난 3개월간 우리나라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국제적으로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는 것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거시경제 지표의 부정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러나 주가와 환율이 상응해 변동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경직된 경제체제에서는 환율변동 요인이 시장에 즉각 반영되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기대심리가 형성돼 자본유출이 가속화하지만, 시장이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향후 정책방향은 우리 경제의 복원력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대외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부충격이 발생하고 있기에, 자칫 우리 본연의 경제운용 방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즉 이라크 전쟁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와 선진국 경기침체에 기인한 경제적 부담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단기적 성장률 하락, 유가 상승, 경상수지 악화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국내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경제주체들이 이해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에게 이러한 점을 이해시키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데 경제주체들의 에너지 소비량이 동일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구조개혁 노력에 경제주체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상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비수기에 수리를 하면 수리의 기회비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 단기 대책 부작용 경계해야

정권교체기에는 각종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커진다. 사회 일각에서 개방정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으로 우려해야 할 사항이다.

경제부처의 시장개방전략을 비경제부처가 반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개방정책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는 내부적 문제며, 이것 때문에 기본방향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세계화 추세는 피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방과 자유화를 추진한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 시장개방을 주저하고 자유화노력을 지속하지 않게 되면 대외적 요인이 호전되더라도 이를 활용할 힘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태풍이 지나간 후 성장을 향유할 수 있도록 경제복원력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김중수 KDI원장